최근 한 TV프로그램에서 종류에 관계없이 지방을 많이 섭취할수록 더 건강해진다는 내용의 방송을 한 뒤 이를 따라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건강 걱정에 섭취를 자제하던 포화지방을 실컷 먹어도 좋다고 일종의 ‘면죄부’를 줬다. 고열량인 지방 섭취는 제한해야 건강에 유익하다는 기존 상식을 뒤집는 이 주장은 과연 맞는 것일까.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고 단백질을 충분히 먹는 다이어트가 체중을 줄이고 고지혈증, 지방간, 당뇨병 등을 개선한다는 연구 결과들이 나오면서 탄수화물 특히 설탕, 액상과당과 같은 단순당 섭취를 줄이고 단백질을 충분히 먹는 것이 건강한 다이어트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학계에서도 어느 정도 받아들여지고 있다. 하지만 몸에 나쁜 지방을 제한 없이 먹는 것이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은 절대 사실이 아니다.
포화지방이나 트랜스지방을 과다 섭취하면 동맥경화를 유발하는 나쁜 콜레스테롤(LDL 콜레스테롤)과 혈전을 증가시켜 심근경색과 뇌졸중 발생 위험을 높인 募?점이 문제다. 반면 불포화 지방은 혈액 내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 심근경색, 뇌졸중 등 동맥경화성 질환의 발병 위험을 줄인다.
포화지방은 소기름, 돼지기름 등 동물성 기름과 버터, 코코넛 기름, 팜유 등에 많다. 마가린, 쇼트닝 등 부분경화유를 원료로 사용하는 과자, 빵 등 가공식품에 트랜스지방이 많이 함유돼 있다. 불포화지방은 생선기름, 들깨기름, 옥수수기름, 면실유, 콩기름, 홍화기름, 참기름 등에 포함돼 있다.
방송에 소개된 다이어트 법은 오랜전에도 국내에 ‘황제다이어트’라는 이름으로 대유행한 적이 있다. 하지만 효과가 단기간 나타날 뿐이고 장기적으로는 요요현상을 불러왔기에 한동안 잊혀졌다.
몸에 아무리 좋은 식품도 과도하게 많이 먹으면 병을 불러오게 마련이다. 몸에 해로운 지방을 과잉 섭취하면 체중 조절 효과와 별개로 그만큼 건강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지방 섭취 시 포화지방, 트랜스지방은 되도록 적게 먹고 불포화지방 섭취를 늘린다면 음식의 맛을 포기하지 않고도 더 건강하게 살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체중 조절이 필요한 사람은 고열량인 지방 섭취도 어느 수준 이하로 제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강재헌 < 인제대의대 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
[한경닷컴 바로가기] [스내커] [모바일한경 구독신청] [한 경 스 탁 론 1 6 4 4 - 0 9 4 0]
ⓒ 한국경제 & hankyung.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