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부 규정 바꾸면 가능"
트럼프 지지자 반발 불보듯
[ 워싱턴=박수진 기자 ]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 도널드 트럼프의 ‘음담패설’ 동영상 공개 후 당내에서 트럼프의 자진 사퇴 요구가 커지고 있다. 선거일을 코앞에 두고 후보를 교체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와 타임(TIME) 등은 8일(현지시간) 선거 전문가의 발언을 인용해 트럼프가 후보 사퇴 요구를 일축하는 상황에서 후보를 교체할 방법과 가능성은 사실상 거의 없다고 보도했다.
공화당 내 경선 등을 관리하는 공화당전국위원회(RNC) 규정에 따르면 대통령 후보의 사망이나 후보직 거부 또는 그 외의 이유로 대통령 후보가 공석이 됐을 때 RNC가 대체 후보를 선출할 수 있다.
후보 교체론을 주장하는 마이크 리 상원의원 등은 ‘그 외의 이유로 공석이 된 경우’라는 규정을 적극 해석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트럼프가 막말과 여성 비하, 성폭력적 발언으로 사실상 ‘식물후보’가 돼 가는 상황이기 때문에 RNC가 권위를 갖고 재선출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는 주장이 ?
반면 조시 푸트남 조지아대 교수는 “그 같은 규정을 둔 이유는 사망이나 불구, 사퇴로 공석이 발생할 경우 이를 재선출하자는 것이지 11년 전의 발언에 책임을 지고 후보를 몰아내자는 의도가 아니다”며 “트럼프가 스스로 사퇴하지 않는 한 (후보 교체론은) 일고의 가치도 없는 주장”이라고 말했다.
공화당에서는 1912년 부통령 후보인 제임스 셔먼이 선거 직전 사망해 후보를 니컬러스 버틀러로 대체한 적이 있다. 민주당은 1892년(당시 자유공화당) 대통령 선거(선거인단 선출) 직후 대통령 당선자인 호레이스 그릴리가 사망해 선거인단이 12월 투표 때 새로 선출된 후보에 표를 던졌다.
트럼프가 “절대 사퇴는 없다”고 못 박았지만 미 언론들은 9일 2차 TV토론회에서 참패하면 스스로 물러날 가능성도 있다고 예상하고 있다. 새 후보를 뽑는 절차는 전당대회를 통해 이뤄진다. 168명의 RNC 당규위원회가 선출 절차 개시를 결정하고, 공화당 대의원 과반(1237명)의 지지를 얻은 후보가 선출된다.
밋 롬니 캠프에서 일했던 벤저민 긴스버그 변호사는 “새 후보로 대선을 치를 수는 있겠지만 이미 조기 투표를 한 유권자가 상당수 있고, 선거용지를 다시 인쇄할 시간이 없기 때문에 문제가 한없이 복잡해질 수 있다”며 “최악의 경우 선거 결과를 놓고 양당에서 소송 대전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워싱턴=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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