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예산 심의·의결 권한 막강
겸직 가능해 이권개입 부지기수
부서 예산 삭감 등 불이익 우려
지자체도 지방의원 갑질 '외면'쉬쉬~
[ 강경민 기자 ] 충청북도의회 A의원은 2014년부터 올초까지 자신의 부인이 운영하는 식당에서 총 19차례 간담회를 열었다. 부인 식당의 매출을 올리기 위해 시 공무원 및 주민들을 불렀다. 간담회에 들어간 비용은 455만원. 도민이 낸 세금인 업무추진비로 충당됐다.
지방의회 의원들의 갑질이 도를 넘고 있다. ‘지방에서는 주민 위에 공무원, 공무원 위에 지방의원이 있다’는 웃지 못할 얘기까지 들린다. 지방자치단체 예산을 심의·의결하고 집행부를 감시하는 막강한 권한에 비해 이들을 감시할 수 있는 장치가 부족하다 보니 지방의원의 갑질이 만연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선 국회법에 따라 겸직이 원칙적으로 금지된 국회의원과 달리 지방의원은 지방자치법에 따라 겸직이 가능하다. 겸직 사항을 지방의회 의장에게 서면으로 제출하기만 하면 된다. 이렇다 보니 지방의원이 직접 운영하거나 관련 있는 업체와 지자체 간 불법 수의계약이 횡행한다. 직위를 이용한 각종 이권 개입도 하루가 멀다 하고 터져 나온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해 지방의회 행동강령 이행 실태를 점검한 결과 231건의 위반 사례를 적발했다. 전국 243개 지방의회 중 광역의회 4곳과 기초의회 2곳 등 6곳만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전체 지방의회를 조사하면 수천건이 넘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2013년에는 서울 신반포1차 재건축 사업과 관련해 철거업체에서 억대 뇌물을 받은 혐의로 당시 김모 서울시의회 의장이 구속됐다. 김 의장은 서울시 담당 국장 등을 자신의 사무실로 불러 수차례 압박했다는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지방의원의 갑질은 비(非)수도권 지자체에서 더욱 기승을 부린다. 시민단체와 언론의 주목을 받는 수도권 지자체와 달리 비수도권에서는 사실상 감시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이 지자체 관계자의 공통된 설명이다. 지자체도 지방의원의 갑질을 애써 외면한다. 한 지자체 공무원은 “부서 예산 삭감 등 불이익을 당할 수 있어 알면서도 외면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지방의원과 지방 공무원 및 지역 토호 간 유착 고리에 따른 비리도 만연해 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한 지방의원이 대뜸 고등학교 선배라는 사실을 내세우며 인허가를 내줄 것을 요구했다”며 “학연과 지연으로 얽힌 지방에서는 선배들의 요구를 거절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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