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이공계 1위 대학 자크 비오 에콜폴리테크니크 총장
기술·특허 등으로 연 1100만유로 수입…480사와 협력
현장경험 쌓도록 4년 중 1년3개월은 기업에서 실습
대학 운영에 정부간섭 없어…평가도 독립기관이 맡아
[ 임기훈 기자 ] 파리 이공대학(에콜폴리테크니크)과 국립행정학교(ENA)는 ‘프랑스의 자존심’으로 불린다. 각각 이공계와 인문계 ‘고급 두뇌’를 교육하는 엘리트 양성소의 ‘양대 산맥’이다. 두 곳의 수장인 자크 비오 에콜폴리테크니크 총장과 나탈리 루아조 ENA 총장이 다음달 1~3일 서울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파르나스호텔에서 열리는 ‘글로벌 인재포럼 2016’에 참석한다. ‘디지털 교육혁명과 고등교육의 미래’를 주제로 대학 교육의 현실과 대학 개혁 방향에 혜안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된다.
에콜폴리테크니크는 항공·우주, 초고속열차 등 프랑스가 보유한 최첨단 기술의 산실이다. 핵심 경쟁력은 산학협력. 480여개 회사와 협력해 연간 1100만유로(약 137억원) 규모의 기술이전 및 특허 로열티 수입을 올린다. 지난해 기술이전 등으로 41억원을 번 서울대를 훨씬 웃돈다. 학생 수가 2800여명으로 서울대(3만4000여명)의 10분의 1도 안 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차이는 더욱 크다.
자크 비오 에콜폴리테크니크 총장(사진)은 산학협력을 “대학의 생명줄”이라고 표현했다. 고등교육기관인 대학이 제 역할을 하려면 정부 관료에 휘둘리지 말아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산학협력을 통해 기술이전 등 자체 수입원을 확보해야 한다는 논리다. 비오 총장은 10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전인적 교육을 강조했다. 프랑스 이공계 분야 1위 대학인 에콜폴리테크니크를 졸업하려면 반드시 인문, 사회과학 주요 분야를 이수해야 한다.
▷에콜폴리테크니크는 엘리트 양성기관으로 유명합니다.
“1794년 설립됐는데 나폴레옹 1세가 1805년 군사학교로 위상을 높였습니다. 1970년 국방부가 직접 감독하는 공공교육기관으로 개편됐고요. 이공계 분야 최고의 인재를 키워내는 게 교육 목표입니다.”
▷정부의 입김이 강할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프랑스에선 정부가 대학 운영비 대부분을 지원하고 있지만 학교 운영은 철저히 대학에 맡기죠. 정부 지원금도 특정 사업이나 목적에 쓰라고 정해주지 않아요. 대학이 나름의 판단에 따라 경쟁력 있는 분야를 강화하는 데 사용합니다.”
▷제도도 뒷받침돼야 할 텐데요.
“대학을 누가 평가하느냐가 중요하죠. 프랑스는 4년마다 대학을 평가하는데 정부와 독립된 별도 기관이 맡아서 합니다. 대학 생태계는 정 寬?아니라 교육 소비자가 알아서 조성해야 합니다.”
▷대학의 재정자립 현황은 어떻습니까.
“에콜폴리테크니크를 예로 들겠습니다. 지난해 기술이전 및 로열티 등으로 약 1100만유로(약 137억원)의 수입을 올렸습니다. 적극적인 산학협력의 결과입니다. 연간 수입(평균 1억1000만유로, 약 1370억원)의 30%를 자체 재원으로 충당하고 있죠.”
▷산학협력이 큰 역할을 하는군요.
“그렇습니다. 대학의 자율성을 높이려면 재정적인 자립이 우선돼야 해요. 대학이 자체적인 연구와 산학협력 등을 통해 다양한 수익원을 확보해야 가능한 일이죠. 재정 문제를 해결하는 것 외에도 산학협력은 그랑제콜(grandes ecoles:대학 위의 대학이라 불리는 프랑스의 엘리트 양성제도) 출신들이 현장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주요 통로이기도 합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십시오.
“에콜폴리테크니크는 연구중심대학입니다. 현장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시험하고 구체화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게 중요하죠. 이를 위해 학생들이 4년 재학 기간 중 1년3개월은 기업에서 실습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운영합니다.”
▷2013년 취임 이후 변화를 주문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최상위 고등교육기관일수록 기업과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고차원적인 인재를 길러내는 데 집중해야 해요. 단순히 취업률만 높이는 것에 만족해선 안 된다는 얘기죠. 창의력과 기업가정신을 갖춘 인재를 키워내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할 계획입니다.”
▷창의적 인재 양성을 위한 교육은 어떤 것입니까.
“전문 분야를 갖되 여기에 매몰되지 않게 다양한 경험을 하도록 하는 게 필요합니다. 에콜폴리테크니크는 이공계 중심이지만 학생들이 반드시 인문학과 사회과학을 이수하게 하고 있죠.”
▷한국은 ‘학력 인플레’ 현상이 심각합니다.
“고등교육을 받은 인재는 반드시 필요합니다. 하지만 모두가 대학에 갈 필요는 없어요. 독일이나 스위스의 도제교육에서 보듯이 대학을 가지 않고도 취업이나 임금에서 차별받지 않는 문화가 먼저 자리잡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프랑스에서도 전통적으로 기술자가 의사나 변호사 이상으로 우대받고 있죠. 평생 소득에서 뒤지지 않는다는 얘기입니다. 산업현장에서도 고졸자 고용을 꺼리지 않기 때문에 고졸 실업자가 문제가 되는 일은 없습니다.”
■ 자크 비오 총장은
△1952년 프랑스 리옹 출생 △1975년 에콜폴리테크니크 졸업 △1975~1985년 프랑스 총리실 산업·연구 자문역 △1992~2012년 생명과학분야 컨설팅기업 JNBD 최고경영자(CEO) △2014년 모스크바과학기술원 국제이사회 이사 △2013년~ 에콜폴리테크니크 총장
임기훈 기자 shagg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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