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벌써 걱정되는 한·미관계 4년

입력 2016-10-11 17:49  

워싱턴=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


지난 9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와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 간 2차 TV토론은 ‘최악의 진흙탕 싸움’으로 혹평받았다. 10일 워싱턴DC 근교 쇼핑몰에서 만난 벤저민 프리디(22)는 “환호성과 야유를 맘껏 지르면서 웬만한 풋볼경기보다 재밌게 봤다”면서도 “트럼프의 음담패설 녹취록 파일과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성추문을 둘러싼 난타전은 정말 창피했다”고 말했다.

2차 토론 후 여론은 급속히 클린턴 후보 쪽으로 쏠리는 분위기다. 미국 주류 언론들은 이미 ‘끝난 게임’으로 몰아가고 있다. 이들 언론의 정치적 편향성이 강한 점을 고려하면 100% 믿기 힘들다는 지적도 있다. 양극화가 심해진 뒤 세계 각국의 어느 여론조사도 선거 결과에 그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분석이 많기 때문이다. “한 달 뒤 투표함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는 말이 가장 안전하고 정확한 예측일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미국인의 관심이 올해 선거가 아니라 2020년 선거에 쏠리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현상은 이번 대선에서 누가 이기더라도 재선에 성공하기 힘들다는 전망을 깔고 있다. 한 싱크탱크 관계자는 “클린턴, 트럼프 중 누가 승리하든 모두 역대 최악의 비호감도를 안고 업무를 시작할 것”이라며 “트럼프는 당내 주류와의 노선 갈등, 힐러리는 건강문제로 재선에 발목이 잡힐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했다.

잠룡들은 벌써 움직이고 있다. 공화당 경선주자였던 존 케이식 오하이오주지사는 트럼프 지지를 거부하고 지난달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만난 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찬성한다는 연설을 했다. 시카고트리뷴은 아예 “케이식이 2020년 경선에 뛰어들었다”고 보도했다.

2020년 대선 열기가 조기에 불붙을 경우 우려되는 것은 한·미 관계다. 주자들 간 선명성 경쟁 탓에 장기적 전략 아래 세심하게 접근해야 할 북한 핵문제나 자유무역협정(FTA) 등 한국 관련 이슈가 또다시 포퓰리즘적 시각으로 다뤄질 가능성이 있어서다. 사실과 다른 트럼프의 한국 방어비 무임승차론, 한·미 FTA의 미국인 일자리 강탈 주장과 클린턴의 한·미 FTA 재검토 선회만으로도 한국은 진땀을 흘리고 있지 않은가.

워싱턴=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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