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재혁 기자 ] 코미디영화 ‘럭키’(감독 이계벽)는 일본 영화 ‘열쇠 도둑의 방법’을 리메이크한 21세기판 ‘왕자와 거지’다. 부유한 청부살인자가 우연한 사건으로 가난한 무명배우와 삶이 바뀌면서 소동이 일어난다. tvN 예능프로그램 ‘삼시세끼’에서 툭툭 던지는 위트와 유머로 시청자를 사로잡은 유해진(46)이 무명배우가 된 킬러 역을 해냈다. 그는 무명배우로 식당에서 아르바이트하는 동안 능란한 칼솜씨로 예쁜 모양의 음식을 만들고, 영화 촬영현장에서는 주연보다 뛰어난 액션 신을 해내 주변을 놀라게 한다.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시나리오를 읽어보니 잘하면(?) 재밌겠다 싶었습니다. 제 선택 기준은 재미예요. 웃음, 감동, 볼거리 등 재미는 광범위하죠. 엄청난 것을 담지는 않았지만 누구에게나 하찮은 삶이란 없다는 메시지도 던져주고요. 신파가 아니라 코미디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것도 좋았습니다.”
무명배우가 된 킬러는 아들을 위해 기도하는 아버지의 참사랑을 깨닫는다. 무명배우는 킬러가 죽이려는 여성과 사랑에 빠진다. 그들은 각자 다른 역할에서 삶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는다. “일본 원작을 우리 정서에 맞도록 고쳤어요. 한국과 일본의 웃음 코드는 다르니까요. 원작의 들뜬 연기를 누그러뜨렸죠. 웃음이란 의도적으로 주려고 하면 안 됩니다. 우스꽝스러운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터져 나와야죠.”
코미디는 과장된 행동과 표정이 아니라 아이러니한 상황이 핵심이란 얘기다. 유해진은 무명배우로서 연기를 공부하는 장면에 실제 경험을 녹여냈다고 한다.
“주인공이 볼펜을 물고 발음을 연습하고, 공원에서 뛰는 것 등은 실제 제 모습이었어요. 무명 시절 저는 서울 아현동 굴레방다리 근처 후배 집 옥탑방에서 얹혀살며 주로 공원에서 뛰거나 턱걸이를 했거든요. 윗몸일으키기하면서 발성을 연습하고, 다리를 찢으면서 유연성도 길렀죠.”
‘삼시세끼’에서 차승원이 엄마 역이라면 그는 허당 아빠 역할로 인기를 끌어올렸다. 이 프로그램의 성공 비결은 무엇일까.
“화려한 버라이어티쇼는 아니었죠. 저는 반(半)다큐라고 생각하고 임했어요. 차승원은 ‘절친’이라 편했습니다. 그와 지내면 카메라를 잠시 잊을 때가 있어요. 친한 친구들끼리 편하게 까불거리면서 노는 프로였죠. 시청자들도 저도 ‘친구들하고 저렇게 보냈는데…’라며 공감한 거죠. 친근감이 인기 비결 아닐까요.”
유재혁 대중문화 전문기자 yoo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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