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w&Biz] "중국 로펌 25년 '압축성장'…한국 이미 추월"

입력 2016-10-11 18:46   수정 2016-10-12 05:31

'중국통' 김종길 변호사의 쓴소리

중국, 글로벌 로펌과 협업 가속
일본·캐나다 지역로펌 합병도

'우물 안 개구리' 한국 로펌
중국시장 철수 등 맥 못춰



[ 고윤상 기자 ] “중국 로펌들은 각 지방의 로펌과 네트워크를 잘 구축하고 있습니다. 이런 경험과 능력을 기반으로 글로벌 로펌으로 성장할 여지가 큽니다.”

중국의 법률시장이 심상찮다. 무엇보다 로펌이 대형화되고 있다. 다른 글로벌 로펌과의 협업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15년간 중국법률시장에서 활동해온 ‘중국통’ 김종길 법무법인 동인 변호사(54·사법연수원 17기·사진)는 이런 변화를 보며 우려와 기대를 동시에 쏟아냈다.

김 변호사는 1994년 중국 베이징대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법무법인 태평양 소속으로 베이징사무소 수석대표를 20여년간 맡는 등 15년간 중국에 주재했다. 주중 대한민국대사관 고문변호사, 중국국제경제무역 중재위원회 중재원 등 중국과 한국 법률시장의 ‘가교’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김 변호사는 11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중국 로펌들은 덩치도 키우고 글로벌 로펌과의 네트워크 구축 능력도 키워가고 있는 데 반해 한국은 그런 기미가 전혀 안 보인다”며 “본격적인 글로벌 로펌 경쟁이 붙었을 때 ‘우물 안 개구리’인 한국 로펌이 어떤 경쟁력을 지닐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쓴소리를 내놨다.

중국 로펌들은 이미 ‘글로벌화’ 측면에서 한국 로펌을 추월했다는 게 김 변호사의 설명이다. 그는 “중국 로펌은 1990년대 초반 처음 등장한 이후 약 25년간 엄청난 압축성장을 통해 이미 한국 로펌을 넘어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예컨대 중국 로펌 ‘진두’는 호주의 ‘멜리슨’, 영국의 ‘SJ 버윈(Berwin)’과 합병한 것은 물론 일본·홍콩·싱가포르·캐나다 등의 지역 로펌까지 흡수합병해 국제적인 로펌으로 성장했다. 또 다른 중국 로펌 ‘다청’은 세계 10대 글로벌 로펌 덴턴스(Dentons)와 합병해 세계 최대 로펌이 됐다.

한국 로펌의 중국 법률시장 진출도 녹록지 않다. 김 변호사는 “한국의 대형 로펌들이 베이징, 상하이, 칭다오, 선양, 홍콩 등지에 분사무소를 설치했지만 성공한 사례가 드물고, 일부는 사무실을 폐쇄한 채 한국으로 철수했다”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중국 시장이 더 개방된다면 국내 로펌이 진두, 다청 혹은 중국의 다른 대형 로펌과 ‘대등합병(동일한 명칭을 사용하되 운영은 독립적으로 하는 방식)’할 수도 있고 한국 로펌 주도 아래 한·중·일 간 삼각합병 혹은 그 이상의 로펌이 참여하는 방식을 택할 수도 있다”며 “앞으로 일어날 수 있는 급격한 시장 변화에 미리 대비할 때”라고 강조했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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