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부산행' 해외 매출 4500만달러 대박…글로벌 소재·국가별 맞춤 배급이 흥행 비결

입력 2016-10-12 18:42  

역대 한국영화 중 최고 매출

유럽·일본 등에도 추가 개봉



[ 유재혁 기자 ] 한국 영화의 해외 흥행기록을 새로 쓰고 있는 ‘부산행’은 태국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인구대국뿐 아니라 호주 프랑스 등에서도 역대 한국영화 중 최고 흥행 기록을 세웠다. 앞으로 유럽과 남미, 인도, 일본 등에서 추가 개봉할 예정이어서 흥행 수익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총제작비 116억원을 투입한 이 영화는 정체불명의 바이러스에 걸려 좀비가 된 사람들이 부산행 열차를 습격하면서 벌어지는 공포 재난물이다. 지난 5월 칸국제영화제 필름마켓을 통해 미니멈 개런티 250만달러(약 30억원)에 156개국에 판매됐다. 대부분의 나라에서 상영 수익이 미니멈 개런티를 초과하는 부분부터 수익을 나누는 조건으로 계약돼 추가 수익이 들어올 전망이다.

‘부산행’이 해외에서 흥행에 성공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배급전략이다. 5월 칸 마켓에서 각국에 수출된 뒤 7월20일 국내에서 개봉할 때까지 약 두 달의 시간 여유?갖고 각국 배급전략을 현지 배급사와 함께 세웠다. 국내 개봉 후 수출해 서둘러 개봉하던 일반적인 패턴에서 벗어났다.

배급사 NEW는 지난달 12일 국내 인터넷TV(IPTV)들이 VOD(주문형비디오) 서비스를 시작하기 전에 불법 다운로드가 많은 동남아 주요 국가에서 먼저 개봉했다. 해외 해커들의 국내 VOD 불법 다운로드를 원천 차단한 것. 불법 다운로드가 상대적으로 적은 유럽과 남미, 일본 등에서는 개봉일을 늦췄다.

한국적인 특성에서 벗어나 보편성을 담아 완성도 높게 제작한 것이 두 번째 흥행 요인이다. ‘좀비’라는 글로벌한 소재를 시종 긴장감 넘치는 오락영화로 빚어낸 것. 특급열차에서 벌어지는 좀비와 인간의 혈투는 국경을 초월해 세계인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위기에서 자기 딸의 목숨을 먼저 챙기려는 소시민 공유, 타인을 위해 희생하는 마동석, 다른 사람을 밀쳐내고 자신만 살려는 김의성 등 다양한 군상을 통해 인간 본성을 가차 없이 들춰냈다.

그동안 해외에서 대박을 거둔 영화는 대부분 한국적 정서와 문화에서 벗어난 것이었다. 2005년 ‘내 머리 속의 지우개’는 일본에서 250만명을 모아 33억엔의 흥행 수입을 기록했다. 사랑하는 여인이 치매를 앓아 소멸돼가는 얘기다. 당시 한류가 맹위를 떨치던 때여서 한국 영화에 대한 일본인의 관심이 컸다. 게다가 이 작품은 일본 니혼TV 단막드라마 ‘퓨어 소울’을 리메이크한 영화였다. 이 영화는 다른 나라에서는 관객을 거의 모으지 못했다.

해외 흥행 역대 2위였던 봉준호 감독의 SF ‘설국열차’는 아예 프랑스 만화원작에 할리우드 배우를 기용해 영어로 제작했다. ‘설국열차’는 2013년부터 167개국에서 개봉돼 2633만달러(약 295억원)의 관람료 매출을 올렸다. SF판타지 ‘디워’(1992만달러)나 판타지 ‘미스터고’(1795만달러) 등도 국경을 초월해 비주얼로 승부를 건 판타지물이었다.

유재혁 대중문화전문기자 yoo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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