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때 대체근로 금지 한국·말라위밖에 없다"

입력 2016-10-12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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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리적 노사관계를 위한 방향' 토론회

노조비 회계감사도 필요



[ 강현우 기자 ]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은 올해 임금협약 교섭 과정에서 지난달 30일까지 24차례 파업하고 12차례 주말 특근을 거부했다. 14만2000여대, 3조1000억여원의 생산 차질이 빚어졌다. 협력업체 손실도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하지만 회사로선 임금을 올려주는 것 외에 파업을 멈출 현실적인 수단이 없다. 이런 노사 간 힘의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노조 파업 시 회사의 대체인력 투입을 금지한 현행 노조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희성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하태경 의원(새누리당)과 바른사회시민회의가 12일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함께 연 ‘합리적 노사관계를 위한 방향’ 토론회에서 “대체근로 금지에 기댄 대기업·정규직 노조의 무제한 파업 때문에 국가 경제의 불합리성과 비효율성이 심화되고 대기업과 중소기업 임금 격차가 계속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행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은 노조가 파업할 때 사용자는 신규채용·하청·파견 등 모든 대체근로를 활용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김 교수는 “선진국 가운데 대체근로를 전면 금지하는 나라는 없으며 미국과 일본은 전면 허용, 독일과 영국은 파견만 제한하는 등 사용자에게 파업 시에도 기업을 운영할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 세계에 파업 시 대체근로 활용을 금지한 입법 사례는 한국과 아프리카 말라위밖에 없다는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노동계에선 파업 시 대체근로가 허용되면 근로자의 단체행동권(파업권)이 침해된다고 주장한다. 김 교수는 이에 대해 “근로자의 파업권과 사용자의 영업권은 모두 헌법상 기본권이며 비슷한 수준으로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토론회에선 거대 노조의 회계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김대호 사회디자인연구소 소장은 “1980년대 노동운동 활성화 시기에는 노조가 불평등과 양극화 해소의 공적인 역할을 했고 조합비는 투쟁을 위한 군자금이라는 인식이 있어 회계 관리가 소홀해도 용인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김 소장은 “노조가 이제 대기업이나 공기업 소속 직원 등 특정 집단의 이익을 대변하는 기구가 된 만큼 스스로 깨끗해지려고 노력해야 하며 각종 비리를 억제하는 제도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대기업 노조 회계 감사를 강화하는 동시에 중소기업 노조의 힘을 키우는 제도가 함께 시행돼야 설득력을 높일 수 있다”고 제안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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