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동결…시장과 괴리된 한은의 경기 판단
"갤노트7 단종·현대차 파업 사태 만회 가능
내년 세계교역 회복…수출여건 나아질 것"
[ 김유미 / 심성미 / 하헌형 기자 ] 한국은행이 13일 발표한 내년 성장률 전망치 2.8%는 한국경제연구원(2.2%) 등 민간 연구소보다 크게 높은 수준이다. 올해(2.7%)보다 미미하게나마 좋아질 것이라는 낙관론도 고수했다. 이날 한은의 경제전망 설명회에서는 ‘장밋빛 전망 아니냐’는 질문이 잇따랐다. 갤럭시노트7 생산 중단과 현대차 파업, 구조조정에 따른 고용 충격 등 악재가 부각된 터라 더욱 그랬다.
○갤노트7·현대차 악재는 얼마나
이날 한은이 발표한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2.7%로 석 달 전과 같았다. 이주열 총재는 “올해 국내 경제는 확장적 거시경제정책 등에 힘입어 내수를 중심으로 완만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며 “2.7% 성장에 어려움이 없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시장 일부의 비관론과는 온도차가 컸다. 최근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7 생산 중단에 따라 3분기 영업이익을 2조6000억원 하향 조정했다. 현대차 파업이 장기화하면서 생산 차질에 따른 경기 타격도 우려된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 갤럭시노트7 단종과 현대차 파업으로 4분기 수출 증가율이 마이너스를 기록할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한은의 판단은 시장보다 신중했다. 이 총재는 “갤럭시노트7 생산 중단이 성장에 부정적 영향을 주겠지만 결정한 지 이틀밖에 지나지 않아 좀 더 (영향을) 지켜봐야 한다”고 신중론을 폈다. 한은 관계자는 “삼성이 갤럭시노트7 대체 상품을 준비하고 있으므로 올 성장률 전망치를 떨어뜨릴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현대차 파업에 대해서도 “원만하게 타결되면 4분기 가동률이 올라가면서 생산 차질을 어느 정도 만회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김영란법의 내수 영향 또한 “법의 불확실성을 완화하면 효과가 달라질 수 있다”고 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실장은 “잠재적인 악재가 4분기에 미칠 영향을 한은이 완전히 반영한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내년 상반기까진 힘들다
한은의 내년 경기 예측이 민간보다 좋은 것은 수출을 보는 시각차 때문이다. 주요 신흥국의 수입 수요가 늘어나면서 세계 교역이 나아질 것이라고 한은은 분석했다. 이에 따라 상품 수출 증가율이 올해 1.0%에서 내년 2.5%로 뛰고, 설비투자도 플러스로 전환할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신흥국이 살아나도 미국 등 주요국 성장이 둔화할 가능성이 높다”며 “보호무역주의가 거세지면 교역 흐름이 더 안 좋아질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LG경제연구원은 수출 개선을 장담하기 어렵다며 내년 성장률을 2.2%로 잡았다.
한은 전망도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구조조정 여파로 실업률은 올 하반기 3.5%에서 내년 상반기 4.1%까지 오를 것으로 봤다. 경기를 홀로 뒷받침해온 건설투자도 꺾일 것으로 예상했다. 내년 상반기 성장률 전망치는 올 하반기와 같은 2.5%. 수출 개선에 따른 경기 회복을 체감하려면 한참 더 걸린다는 의미다.
○내년 금리 인하 기대 커져
이 총재는 이날 “정부와 한은이 긴밀히 소통하고 있으며 통화 및 재정정책 여력도 남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금리 인하와 재정 확대를 어떻게 조합할 것인지는 향후 금융 상황에 따라 결정할 일”이라고 덧붙였다. 원칙적인 발언이었음에도 시장 금리는 빠르게 반응했다. 3년 만기 국고채와 10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날보다 각각 0.03%포인트, 0.052%포인트 내린 연 1.323%, 연 1.543%에 마감했다. 이날 금통위의 금리 동결이 만장일치였던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김상훈 KB투자증권 연구원은 “갤럭시노트7 생산 중단, 김영란법 등의 여파로 올해 성장률이 한은의 전망치보다 낮아질 수밖에 없다고 본다”며 “내년 1분기에는 기준금리를 한 차례 내릴 것이란 전망도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유미/심성미/하헌형 기자 warmfron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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