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지도 완성이 불러올 문제는…

입력 2016-10-14 17:11  

사람은 어떻게 만들어진 것일까? 인류는 오랫동안 “신이 인간을 창조했다”고 믿어왔다. “풀밭을 걷다가 시계를 발견했다고 가정해보라. 시계를 의도적으로 만든 제작자가 있다는 것은 자명하지 않겠는가.” 19세기 신학자 윌리엄 페일리는 인간을 시계, 제작자를 신으로 맞대응시키는 방법으로 창조론을 옹호했다.

창조론은 1859년 위기에 부닥쳤다.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이 나왔기 때문이었다. 다윈은 ‘사람이 어떻게 만들어진 것일까’에 대한 심오한 질문에 대해 단 여섯 글자로 답했다. ‘자연선택’과 ‘진화.’

1953년 인류의 논쟁에 또 한 차례 큰 변곡점이 찾아왔다. 제임스 왓슨과 프랜시스 크릭이 인간의 유전정보를 담은 DNA 이중나선 구조를 밝혀냈다. 이중나선 구조 모형을 본 인류는 기절초풍했다. “이게 뭐야? 인간의 기본 구조가 이렇게 단순하단 말이야?”

창조론에 대한 과학의 공격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2003년 인류는 인간 DNA에 들어 있는 유전자 전체를 해독해 지도처럼 펼쳐놨다. 게놈지도(genome map)다. 30억개의 염기쌍으로 이뤄져 있는 유전체를 모두 해독했다는 말은 인간 설계도를 만들었다는 얘기와 같다. 최근 서울대 의대 유전체의학연구소도 ‘한국인 표준 유전체 지도’를 해독했다고 발표해 관심을 끌고 있다.

인간이 자신의 설계도를 알게풔?것에 대해 여전히 많은 논란이 있다. 유전자 가위를 이용해 불리한 유전정보를 오려낼 수도 있다. 인류는 과연 노화를 관장하는 유전정보를 바꾸거나 키를 크게 하는 유전정보를 변형시킬 수 있을까? 4, 5면에서 게놈 연구의 현주소와 철학적 논쟁점을 알아보자.

고기완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dad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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