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깊어가고 있다. 단풍이 산을 타고 내려올 시간이 멀지 않았다. 교정에는 이미 제 성질을 못 이긴 나뭇잎이 뒹군다. 이맘때 우리는 시집(詩集)을 들고 벤치에 앉기를 원한다. 바람이 스치면 윤동주도 좋고, 정지용도 좋고, 라이너 마리아 릴케도 좋고, 보들레르도 좋다. 문학소년과 문학소녀는 이제 찾아보기 힘든 것인가? 아니다. 주위에 있는 모두가 시인이고 소설가다. 아빠와 딸이 길을 나섰다. 우리는 여행이라고 부른다. 언덕길을 다 올라왔다. 두 사람은 내리막길에 접어들었다. “힘들지?” “아니, 아빠랑 함께 있어서 좋아!” 사진 속 대화가 들리는 듯하다.
[한경닷컴 바로가기] [스내커] [모바일한경 구독신청] [한 경 스 탁 론 1 6 4 4 - 0 9 4 0]
ⓒ 한국경제 & hankyung.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