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렌터카로 이용하면 적합할 듯
[ 김정훈 기자 ] '충전할까, 말까'
시승에 앞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지난 12일 오후 빌려 타본 2세대 '볼트(Volt)' 얘기다. 볼트는 충전을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차다. 전기자동차(EV)로 탈 수 있고 배터리가 소진되면 휘발유를 넣고 1.5L 가솔린 차로 탈 수도 있다.
전기차로 이용 가능한 주행거리는 최대 89㎞. 1세대 볼트보다 배터리 용량(18.4㎾h)이 늘어나는 등 EV모드로 달리는 주행거리가 2배 이상 길어졌다.
서울 강남에서 출발한 차는 미사리 팔당대교를 지나 경기도 양평군의 양수리 두물머리까지 달렸다. 서울로 돌아올 땐 이마트 주차장에 들러 충전도 해봤다.
출발 전 계기판 클러스터에 전기차로 달릴 수 있는 주행거리를 체크했다. EV 범위는 78㎞로 표시된다. 배터리(LG화학)의 완충 상태는 아니었다. 배터리 잔량 표시는 총 10칸 중 9칸이 채워져 있는 상태. 계기판에 표시된 전체 범위는 520㎞(총 주행가능 거리), 가솔린 주행거리는 442㎞다.
전기차는 토크 힘에 해당하는 순간 가속이 매우 좋다. 신형 볼트도 마찬가지. 가속 페달을 밟으면 마치 전동철을 타듯 부드럽게 쭉 속도가 올라간다. 전기차와 동일한 주행 맛을 낸다. 시속 120㎞까지 체감 속도는 BMW 320d를 타는 느낌과 비슷하다. 제원을 보면 최대 토크는 40.6㎏·m다.
볼트는 저속에서 EV모드로, 고속에선 엔진이 개입하는 하이브리드차와 달리 EV모드 주행이 끝나면 곧바로 엔진이 동력에 관여한다. EV모드 동력은 2개의 전기모터로 구성된 영구자석 모터 드라이브 유닛과 배터리 조합에 의해 이뤄진다.
이날 고속 주행에서 엔진이 반응하는지 알아보려고 시속 100㎞ 이상 속도를 올렸는 데도 엔진은 전혀 반응이 없었다.
실내 공간은 말리부와 모양이 비슷하다. 자동변속기 아래부분에 있는 '모드' 버튼을 누르면 계기판 중앙에 4가지 주행모드(정상, 스포츠, 산악, 대기)가 뜬다. 여기서 맨 마지막 '대기'를 설정하고 가속을 했더니 EV모드가 차단되고 엔진이 반응했다.
다시 말해 배터리가 소진되지 않았어도 주행모드를 대기에 맞추고 타면 가솔린 세단으로 전환되는 것이다. 이 기능은 2세대 차량에서 새롭게 추가됐다고 한다.
서울로 복귀할 땐 충전소에 들러 충전을 했다. 목적지까지 37㎞ 달릴 수 있어서 굳이 충전을 안해도 되는 상황. 그래서 짧게나마 10분 간 충전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살펴봤다.
충전을 하기 위해선 먼저 스마트폰 앱(응용프로그램) 스토어에서 '차지비(ChargEV)'를 내려받아 이용해야 한다. 앱 왼쪽 상단을 터치하고 '즉시 충전'을 찾아 주소 검색창에 서울을 입력하니 19개 충전소 위치가 뜬다.
충전 장소로는 서울을 진입할 때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는 이마트 명일점을 선택했다. 이마트 지하 1층에 충전시설이 있다. 이마트와 포스코ICT, BMW코리아가 전기차 충전소 확대를 위해 공동으로 설치한 충전기다.
충전을 하려면 차지비 멤버십 카드가 필요하다. 볼트를 구입하는 법인 고객에게 지급되는 이 카드로 요금 결제를 하고 셀프주유소를 이용하듯 충전하면 된다.
충전기 모니터 화면에 나오는 설명대로 사용시간, 충전방식(타입2)을 선택하고 플러그를 꽂았더니 충전이 시작됐다. 10분간 충전을 해보니 0.58㎾h 전기를 썼다고 알린다.
배터리 완충까진 약 4~5시간이 소요된다는 게 쉐보레 측 설명. 볼트는 외부 충전식 하이브리드차(PHEV)여서 전기차와 달리 급속 충전은 지원하지 않고 완속 충전만 가능하다.
목적지에 도착한 뒤 주행 정보를 확인해 봤다. 총 88.9㎞를 달렸다. 이중 EV모드는 85.6㎞(12.0㎾h 사용), 휘발유 주행은 3.3㎞(0.12L 사용) 각각 운행했다.
휘발유와 전기 합산 연비는 L당 50.6㎞로 표시된다. 전기차 충전요금은 1㎾h당 313원. EV모드로 달린 전력량을 금액으로 환산하면 3756원으로 계산된다.
남은 주행거리는 EV 범위 17㎞다. 주행 중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면 배터리 충전을 간간이 돕는 회생제동 기능 덕분에 주행가능 거리가 늘어났다. 이 때문에 실주행에서 EV 범위는 초기 89㎞보다 더 늘릴 수 있다. 10분 간 배터리를 충전한 효과도 더해진 것으로 보인다.
볼트는 대체로 성능도 좋고 연료소비효율이 뛰어났다.내년에 스파크EV 후속으로 국내 들어올 순수전기차 볼트(Bolt)에 대한 기대감이 생겼다.
만일 충전소가 집 근처에도 있고 아파트 지하주차장에도 설치된다면 전기차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은 금방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물론 가격 부담은 크다. 전기차보다 보조금이 낮아서다. 볼트는 PHEV로 분류돼 정부 보조금은 500만원에 불과하다. 그래서 쉐보레는 이 차를 일반인 판매는 하지 않고 렌트카 및 카셰어링 업체에만 공급하고 있다.
미국은 PHEV 보조금이 우리나라보다 많다. 현지 소비자 가격은 3만3220달러. 미 연방 보조금 7500달러를 빼면 실제 구매가격은 2만5720달러(약 2900만원)으로 떨어진다.
쉐보레에 국내 판매 가격은 얼마인지 물어봤다.
한국GM 관계자는 "일반인 판매는 안하기 때문에 소비자 가격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면서 "법인차량 수요에 맞춰 합리적인 선에서 공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시장에선 올 초 판매가 시작돼 9월까지 1만6326대가 팔렸다. 전년 동기의 9264대 보다 76% 증가했다. 2011년 1세대 볼트를 시작으로 누적 판매량은 10만대를 넘었다고 한다. 테슬라와 함께 미국 내 친환경차 대표주자로 자리매김했다.
쉐보레는 최근 제주도 렌터카 사업자에 공급을 시작했다. 11월부터는 그린카, 쇼카 등 카셰어링을 이용하는 일반인도 만나볼 수 있다고 한다.
김정훈 한경닷컴 기자 lenn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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