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현장리포트] 신발끈·뒷굽 등 수백만가지 옵션도 5시간내 생산 끝낸다

입력 2016-10-16 18:06  

(1) 무인 공장 시대 - 스피드 팩토리

600명이 하던 일 10명이 담당
숙련공 줄어드는 독일 아디다스
공장을 지능화하는 게 아니라 소재~부품조달 ICT와 결합
1년6개월 걸리던 일 열흘로 줄어

주문내역 소재기업에도 제공
재료 없어 신발 못만드는 일 없어



[ 노경목 기자 ] 아디다스는 지난달 특별한 운동화를 공개했다. 독일 안스바흐에 있는 신발공장 ‘스피드 팩토리’에서 만든 첫 번째 운동화다. 독일 내에서 아디다스 운동화가 생산된 건 1993년 마지막 공장이 문을 닫은 지 23년 만이다.

내년 본격 가동되는 스피드 팩토리에서는 연 50만켤레의 운동화가 생산된다. 공장 유지보수와 관리 직원을 빼고 나면 생산 현장에는 단 10명만 투입된다. 수작업이 대부분인 현재의 신발 제조 방식으로 이 정도 물량을 생산하려면 직공 600명이 필요하다. 스피드 팩토리에서 필요한 소재를 선택해 운동화를 제작하는 일은 지능화된 기계가 한다. 생산직원은 각 소재를 기계가 인식할 수 있는 위치에 갖다놓는 역할만 할 뿐이다. 인건비 부담이 거의 없다. 대표적 노동집약 산업으로 중국, 동남아시아 등 저임금 국가로 옮겨간 신발공장을 다시 독일로 불러들일 수 있었던 배경이다.


개인 맞춤형 신발을 빠르게 생산

스피드 팩토리는 아디다스와 독일 정부, 아헨공대가 3년 이상 심혈을 기울인 합작품이다. 19세기부터 섬유제조 기술을 연구해온 아헨공대는 세계 어디서든 쉽게 볼 수 있는 양말 제조기계를 지능화된 생산기기로 탈바꿈시켰다. 지난달 9일 독일 아헨에서 만난 이브시몬 글로이 아헨공대 섬유기술연구소 생산기술부장(교수)은 “4차 산업혁명은 단순히 대기업 공장을 지능화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소재부터 부품 조달까지 모든 작업이 정보통신기술(ICT)과 결합해야 가능하다”며 “아디다스 외에도 소프트웨어, 센서, 프레임 제작업체 등 20여곳이 스피드 팩토리 프로젝트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4차 산업혁명은 단순히 생산성 향상에 그치지 않는다. 각 개인에게 최적화된 제품을 최단 시간에 공급하는 것도 중요한 목적이다. 스피드 팩토리도 그렇다. 공장 이름처럼 ‘스피드’가 빠르다. 신발끈부터 깔창, 뒷굽 색깔까지 수백만 가지 옵션 중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선택하면 5시간 안에 제품을 생산할 계획이다. 지금은 맞춤형 신발을 제작해 배송하는 데 6주가 걸린다.

스피드 팩토리는 유행 변화에 신속하게 대처할 수도 있다. 제임스 칸즈 아디다스 전략팀 부사장은 “디자이너가 그린 새 운동화가 실제 제작돼 매장에 진열되기까지 통상 1년6개월이 걸리는데 그때쯤이면 이미 트렌드에 뒤처질 수 있다”며 “스피드 팩토리는 이 기간을 열흘 이내로 단축시켜 소비자가 원하는 신발을 빠르게 공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공장 유턴 물결 이어질 수도

선진 제조업 국가들이 공통으로 겪고 있는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숙련공 부족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글로이 교수는 “독일 섬유산업도 근로자 평균 연령이 50세를 넘으며 숙련공 수가 급격히 줄고 있다”며 “생산과정을 지능화하면 특별한 경험이 없는 근로자도 숙련공만큼 생산성을 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생산과 관련한 복잡한 작업 대부분을 기계가 수행하고 사람은 단순한 의사 결정만 해주면 된다.

아디다스는 내년 하반기 미국 애틀랜타에도 스피드 팩토리를 지을 예정이다. 칸즈 부사장은 “소비자와 가장 가까운 곳에 스피드 팩토리를 짓는 것이 핵심”이라며 “최종적으로 스피드 팩토리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독일 내 스피드 팩토리에서 생산하는 신발 50만켤레는 아디다스가 매년 생산하는 3억100만켤레에 비하면 아직 미미한 물량이다. 하지만 스피드 팩토리가 확산하면 개발도상국에서 생산해 선진국으로 수출하는 기존 신발 제조업 생태계는 변화가 불가피하다. 노동집약 산업의 선진국 유턴이 활발해질 수 있다. 신발업계 관계자는 “스피드 팩토리는 제조 기간은 물론 운송, 창고임차 등 물류비를 크게 줄일 수 있다”며 “인건비가 싼 나라에 대규모 공장을 짓는 대신 시장과 가까운 나라에 중소형 공장을 짓는 게 대세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아헨=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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