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석 기자]마크 웨버의 경력은 화려하다. 카트부터 시작해 포뮬러 포드, F3, F3000, 포뮬러원(F1) 그랑프리, 세계내구레이스챔피언십(WEC)까지 모두 섭렵했다. F1 그랑프리 9회 우승, 총 42차례 포디움에 오르며 모터스포츠 커리어의 정점을 이뤘다. 2013년 말 포르쉐에 자리를 잡은 그는 지난해 티모 베른하르트, 브렌든 하틀리와 함께 포르쉐919 하이브리드 르망 프로토타입을 타고 시즌 챔피언 자리에 올랐다.
이런 그에게 ‘무관의 드라이버’라는 꼬리표도 따라 다닌다. 그는 F1 레드불 레이싱팀 소속에 있을 때 드라이버로서 전성기를 맞았다. 하지만 동료 드라이버 세바스찬 베텔(독일)이 4년 연속 시즌 챔피언 자리에 오를 때 단상 아래에서 그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의 F1 최고 기록은 종합 3위다. WEC 시즌 챔피언 자리에는 올랐지만 WEC의 정점인 르망 24시 내구레이스에선 우승하지 못했다. 르망 24시 내구레이스는 WEC 시즌의 한 경기이다. 하지만 WEC 전체 시즌보다 인지도가 높다. 르망 24시에서 우승한 팀이 그 해에 가장 뛰어난 WEC 팀으로 기억될 정도다. 마크 웨버는 르망에서도 동료 선수들의 우승을 축하해줘야 했다.
화려했지만 붉은 꽃봉오리를 미처 터뜨리지 못한 마크 웨버의 레이싱 인생을 되돌아봤다. 그는 마치 자신의 은퇴를 예견한 듯 지난해 자서전 ‘오지 그릿: 나의 포뮬러 원 여정’을 출판했다.
1976년생인 마크 웨버는 15살 때인 1991년부터 레이싱에 몰입했다. 시작은 카트였다. 1993년까지 카트 드라이버로 활동하며 실력을 쌓았다. 이후 그는 프로 드라이버로 성장하기 위해 19살 때 고향인 호주 뉴사우스 웨일즈주 퀸베얀을 떠나 영국으로 향했다. 스폰서 없이 레이싱에 뛰어든 그는 영국 브랜드 해치(Brands Hatch)에서 열린 포뮬러 포드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또 F3 및 F3000에 출전해 사람들에게 자신의 기량을 알렸다.
그는 메르세데스의 러브콜을 받았다. 메르세데스의 프로토타입 레이싱카를 타고 르망 24시 내구레이스 경주에 출전한 것. 그 해 마크 웨버가 탑승한 차량과 팀은 가장 촉망 받는 구성으로 모든 스포트라이트가 쏠린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가 탑승한 차가 예선주행과 웜업 세션에서 백플립 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주행 중 차량이 뒤집히며 공중에서 돈 것이다.
치명적인 충돌에도 불구하고 그는 목숨을 구했다. 이 때 많은 이들이 촉망받는 드라이버의 커리어가 치명적인 훼손을 입었다고 봤다. 상황은 역전됐다. 웨버는 베네통팀에서 선보인 성공적인 F1 테스트 드라이브 덕분에 2001년에 베네통의 테스트 드라이버가 되었다.
웨버의 F1첫 데뷔 역시 인상적이었다. 그는 2002년 자신의 고향인 호주 멜버른 열린 그랑프리에서 최약체로 평가 받는 미나르디팀 소속으로 출전해 5위를 기록했다. 2005년에는 BMW 윌리엄스 F1팀으로 출전해 첫 포디움을 차지했다.
그리고 2009년 독일 그랑프리에 레드불 레이싱팀 소속으로 131번째 그랑프리에 출전, 첫 F1그랑프리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이후 여세를 몰아 2010년과 2012년 모나코 그랑프리에서도 우승을 차지했다. 2013년까지 레드불 소속 드라이버로 활동한 웨버는 F1에서 상위권에 꾸준히 이름을 올리며 톱3 드라이버로 커리어를 마쳤다.
르망 24시에서 끔찍한 사고를 겪은 지 15년이 지난 2014년. 연륜이 쌓일만큼 쌓인 마크 웨버는 르망 24시 경기가 열리는 사르트 서킷에 복귀했다. 그가 그토록 원하던 우승은 웨버의 접근을 허락하지 않았다. 2014년, 2위로 달리던 웨버는 결승까지 2시간을 남겨놓은 상황에서 갑작스런 파워트레인의 문제로 리타이어 했다. 2015년에는 티모 베른하르트, 브렌든 하틀리와 함께 포르쉐919를 타고 출전, 초반 3분의 1지점까지 선두를 달렸으나 타임 패널티로 인해 2위로 대회를 마쳤다. 2016년에는 워터 펌프 파손으로 인해 르망 24시에서 또 다시 고배를 마셨다.
마크 웨버 팀의 가장 멋진 승리는 2015년 11월 바레인에서 열린 대회였다. 당시 양쪽 스로틀 배럴 레버 고장으로 인해 풀스로틀 상태였음에도 불구하고 포르쉐 919의 엔지니어링 기술과 드라이버의 초인적인 감각 덕분에 우승했다. 그는 “티모, 브렌든과 함께 포르쉐로 나의 첫 WEC 챔피언 타이틀을 얻은 것은 나에게 매우 값진 의미였다”고 말했다. 지난해 WEC 시즌 챔피언 트로피를 들어 올린 웨버는 F1와 르망의 아쉬움을 일정 부분 털 수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바레인은 그의 마지막 은퇴 대회이기도 하다.
마크 웨버의 포르쉐 사랑은 유명하다. 십대 시절부터 친구에게 포르쉐 911를 빌려 탔다. 자신의 첫 포르쉐를 구매할 때도 주저 없이 포르쉐 911터보를 택했다. 현재 마크 웨버는 포르쉐918 스파이더와 911 R, GT3 RS(991), 911 GT2 RS(997), 911 GT3 RS 4.0, 1954년식 포르쉐 356 카브리올레, 1974년식 포르쉐 2.7 카레라 등을 소장하고 있다.
최진석 기자 racing10@tenasia.co.kr
<마크 웨버 경력>
2016 포르쉐팀 소속 드라이버/WEC, LMP1 뉘르부르크링, 멕시코 시티와 오스틴에서 우승
2015 포르쉐 팀 소속 드라이버/WEC, LMP1 WEC 드라이버 시즌 챔피언(베른하르트, 하틀리)
4승(뉘르부르크링, 오스틴, 후지, 상하이) 폴포지션 3회, 르망 24시 2위
2014 포르쉐팀 소속 드라이버/WEC, LMP1 실버스톤, 후지 바레인에서 3위, 상파울루에서 폴포지션
2013 포뮬러원 월드챔피언십 3위(인피니티 레드불 레이싱팀 소속)
2012 포뮬러원 월드챔피언십 6위(레드불 레이싱팀 소속). 모나코, 실버스톤 1위
2011 포뮬러원 월드챔피언십 3위(레드불 레이싱팀 소속). 상파울루 1위
2010 포뮬러원 월드챔피언십 3위(레드불 레이싱팀 소속). 바르셀로나, 모나코, 실버스톤, 부다페스트 1위
2009 포뮬러원 월드챔피언십 4위(레드불 레이싱팀 소속). 뉘르부르크링, 상파울루 1위
2008 포뮬러원 월드챔피언십 11위(레드불 레이싱팀 소속)
2007 포뮬러원 월드챔피언십 12위(레드불 레이싱팀 소속)
2006 포뮬러원 월드챔피언십 14위(BMW윌리엄스 F1 팀 소속)
2005 포뮬러원 월드챔피언십 10위(BMW윌리엄스 F1 팀 소속)
2004 포뮬러원 월드챔피언십 13위(재규어 레이싱팀 소속)
2003 포뮬러원 월드챔피언십 10위(재규어 레이싱팀 소속)
2002 포뮬러원 월드챔피언십 16위(미나르디 소속)
2001 F3000 챔피언십 2위(3승). 포뮬러 원 테스트 드라이버(베네통-르노)
2000 F3000 챔피언십 3위(EFR/ 애로우즈팀 소속, 1승). 포뮬러원 테스트드라이버 (애로우즈)
1999 FIA GT 챔피언십 (AMG 메르데세스팀 소속, 르망 24시 경기 이후 AMG 메르데세스 내구레이스팀 소속 변경)
1998 FIA GT 챔피언십 2위 (AMG 메르데세스팀 소속, 5승)
1997 영국 F3 챔피언십 4위(1승)
1996 영국 F3 챔피언십 2위(4승). 포뮬러 포드 페스티벌 우승
1995 호주 포뮬러 포드 챔피언십 4위, 포뮬러 포드 페스티벌 3위
1994 호주 포뮬러 포드 챔피언십 데뷔
1991-1993 카트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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