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지역 과열" 인정하지만 고강도 대책 내놨다간 주택시장 급속 냉각 우려
부처별 시각도 제각각
금융위 "수요 억제책 필요"…국토부 "섣부른 규제 안돼"
[ 이상열 / 윤아영 / 이태명 기자 ] “과하지도 않고, 부족하지도 않을 대책을 도입한다는 것만 확정됐다.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선 아직 판단을 못 내렸다.”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가 18일 ‘정부가 강구 중인 부동산 대책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내놓은 답변이다. 이번주 들어 정부가 집값이 급등하고 청약 과열 현상이 심해진 일부 지역을 대상으로 주택 수요 규제방안 검토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서울 강남권 재건축 단지의 거래가 급감하는 등 시장은 벌써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시장 반응이 민감하다는 걸 아는 정부로선 섣불리 판단을 내릴 수 없다. 과열을 보이는 일부 지역을 타깃으로 한 ‘맞춤형 대책’을 내놓겠다는 원론적 발언을 반복할 뿐이다.
정부가 부동산정책을 놓고 딜레마에 빠졌다. 정부도 물론 주택시장이 국지적으로 과열돼 있다는 사실은 인정한다. 서울 강남권 재건축을 중심으로 한 집값 급등세가 주변 지역으로 확산될 경우 가계부채 문제는 물론 양극화 심화 등 경제 전반에 큰 부담을 지울 것이란 우려를 하고 있다. 이찬우 기획재정부 차관보가 지난 17일 간담회에서 “서울 일부 지역은 부동산시장에 과열 현상이 있는 게 사실”이라며 “외과수술 방식의 맞춤형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메스(수술칼)를 어느 환부에 들이댈지 △어느 정도 깊이로 수술할지 등을 놓고서는 뚜렷한 묘수를 찾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건설경기는 생산, 수출, 투자, 고용 등 다른 거시 지표가 일제히 나빠지는 상황에서 국내 경제를 지탱해주는 유일한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어서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올 2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에서 건설투자는 51.5%를 차지했다.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7 생산 중단 등 돌발 악재마저 불거진 상황이라 과도한 억제책을 도입했다가 자칫 경기가 더 빠른 속도로 냉각된다면 올 4분기는 물론 내년까지 국내 성장률이 1%대로 추락할 것으로 정부는 우려하고 있다.
부처별로 제각각 의견이 다른 점도 부동산 대책 마련 속도를 더디게 하고 있다. 가계부채 관리가 중요한 금융위원회, 건설경기가 우선인 국토교통부, 거시경제 전반을 관장하는 기획재정부는 부동산정책에 접근하는 시각이 다를 수밖에 없다.
금융위는 가장 강경한 태도다. 강남권 등 일부 수도권의 분양 과열을 해소하고 무분별한 대출 증가로 인한 가계부채 급증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선 분양권 전매 제한, 투기과열지구 지정 등 강한 부동산 규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금융위 고위 관계자는 “8·25대책 발표에 앞서서도 금융당국은 분양권 전매 제한 등 수요 억제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토부는 전체적인 수요 억제 대책을 내놓기 어렵다는 견해다. 주택시장 과열 양상이 지난해와 달리 국지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상황에서 일부 지역 과열을 잡으려고 투기과열지구 지정 등 과도한 대책을 내놓을 경우 오히려 주택시장 전체의 침체를 부를 수 있다는 주장이다. 국토부는 우선 서울 강남권 등 과열 지역을 대상으로 모니터링을 강화하며 불법 청약통장 거래 및 분양권 전매, 다운계약 등 시장 교란 행위 단속을 이어가기로 했다. 국토부 고위 관계자는 “적어도 2주, 길게는 4주 정도 시장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한다”며 “그전에는 구체적인 대책이 나오기 어렵다”고 말했다.
기재부도 시장 상황을 더 지켜보자는 데는 동의한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금융위와 국토부가 방안을 가져오면 협의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남 등 집값 과열 지역에서 민간 택지 전매제한기간 1년으로 연장, 재당첨 금지기간 연장 등 부동산 대책을 도입할 경우 부동산 및 국내 경제 전반에 미칠 영향을 점검하면서 ‘맞춤형 대책’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는 이른 시일 안에 부동산시장점검회의와 가계부채협의체를 열어 부동산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기재부 경제정책국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회의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부 일각에선 앞으로 1~2주간 강남권 재건축시장 움직임이 정부 대책 수위를 결정지을 가장 큰 변수라는 시각도 た쨈?
이상열/윤아영/이태명 기자 mustaf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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