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의 초점들은 대부분 캠퍼스 이전이나 총장과 이사회 갈등 등 순수한 학내 문제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이 현안들을 정치적, 사회적 이슈로 끌고가려는 일부 정치교수와 학생들이 있다는 것도 부인하기 어렵다. 이들에게는 학내 이슈나 정치 사회 이슈나 별반 차이가 없다. 그저 폭발력이 있고 일반인의 불만과 분노만 이끌어내면 성공이다. 유달리 이번 가을학기 들어 대학가가 어수선해지는 것은 대선 시즌이 돌아왔다는 정치 분위기도 한몫하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가뜩이나 정치권을 기웃거리는 ‘폴리페서’들이 대학가를 어수선하게 하고 있는 요즘이다. 소위 ‘줄’만 잘 서면 언제든지 각종 공공영역에서 한자리할 수 있다는 것을 주위에서 너무나 많이 경험한 결과다. 교수직은 아예 정치판에 뛰어들기 위한 징검다리로 치부한다. 그러면서 한국의 지성은 왜곡되고 쪼그라들고 있다. 한밤중에 불을 밝히는 연구실은 줄어들고 정치 구호의 메아리만 횡행한다.
연구하고 강의하며 사회에 봉사하는 게 교수의 본업이다. 물론 이들의 전문적 지식이 사회에 기여하면 더욱 바랄 일이 없다. 하지만 지금 한국 대학은 지나치게 정치에 휩싸여 있다. 대학 내 정치든 학외 정치든, 정치에 몰입하는 것을 주업으로 삼는 교수들이 배출되고 있다. 이들 중 상당수는 소위 대권주자들과 선을 대는 데 성공하지만 그래봤자 전문지식과는 아무 관련도 없는 기획안을 내고, 해서는 안 될 일만 아이디어랍시고 내놓게 된다. 교수의 품위는 교수 스스로 지켜야 한다. 공부는 누가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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