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타투이스트만 5000명, 의료법에 막혀 모두 '범죄자'
마사지업 종사자 30만명, 시각장애인 아니면 불법
"맥주 안팔고 어떻게 장사하나"…노래방 업주들도 볼멘소리
[ 박상용 기자 ] 서울 동대문구에 사는 김모씨(21)는 한 카페에서 일하면서 ‘문신 예술가(타투이스트)’ 학원에 다닌다.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던 그는 어릴 적부터 타투이스트를 꿈꿔왔다. 얼마 전부터 홍익대 인근 타투 학원에서 실력을 키우고 있다. 하지만 요즘 진로 고민에 빠졌다. 부모님을 비롯해 주변에서 “범법자로 살 것이냐”며 적극 말리고 있어서다.
18일 타투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활동하는 전문 타투이스트는 5000명을 웃돈다. 서울 홍대나 상수동, 합정동 일대 타투숍만 2000여곳이다. 업계에서는 다른 일을 병행하면서 활동하는 ‘투잡형 타투이스트’를 포함하면 5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한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범법자’ 취급을 받는다. ‘의료인이 아니면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고 규정한 의료법 제27조 때문이다. 2004년 대법원 판결에서 문신 시술이 의료 행위로 규정됐다. 타투이스트 15년 경력 ?김태남 씨(39)는 “젊은 층 사이에서 타투가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자리 잡으면서 타투 시장이 커지고 있지만 대부분 경찰 신고를 걱정해 건물 지하에서 문을 닫고 일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한국타투협회 관계자는 “시술에 쓰이는 바늘이나 염료 등의 가격이 싸진 덕분에 도구를 재활용하는 일이 없다”며 “의료업계가 우려하는 위생 문제도 없다”고 했다.
마사지업계 종사자들도 억울해하기는 마찬가지다. 타이마사지, 스포츠마사지, 경락마사지 등 마사지 시장이 커지면서 정식 교육을 받은 마사지업 종사자만 전국에 30만명가량이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시각장애인을 제외하고는 모두 범법자다. 의료법 제82조에선 ‘안마사는 장애인복지법에 따른 시각장애인에 해당하는 자’로 제한하고 있다.
백오산 타이마사지협회 회장은 “동남아시아나 중국 등은 마사지업을 관광 상품으로 활용하고 있는데 한국에서는 마사지업 종사자 대부분이 불법 영업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마사지업소는 현행법대로라면 모두 불법”이라면서도 “현실적으로 단속의 의미가 크지 않다고 판단해 신고나 고발이 들어오는 경우에 한해 적발하고 있다”고 했다.
노래연습장 주인들도 불만이 많다. 음악산업진흥법 제22조 3항에선 ‘노래연습장업자는 주류를 판매·제공하지 않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술을 팔지 않을 수 없다는 게 이들의 하소연이다. 신철근 대한노래연습장중앙회 회장은 “술을 팔지 않는다고 하면 손님이 다른 가게로 가기 때문에 영업 ?힘들어진다”며 “노래연습장의 70~80%는 암암리에 술을 팔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했다. 전국에 영업 중인 노래연습장은 3만5000여곳에 달한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청소년 전용 노래연습장과 술을 팔 수 있는 성인 전용 노래연습장을 구분하는 방안도 고려해 봤지만 유사 업종인 단란주점이나 유흥주점 업계의 반발이 심했다”며 “단란주점은 세율이 높아 단순하게 풀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한경닷컴 바로가기] [스내커] [모바일한경 구독신청] [한 경 스 탁 론 1 6 4 4 - 0 9 4 0]
ⓒ 한국경제 & hankyung.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