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보다 60% 이상 이산화탄소 흡착량 높아…컴퓨터 자원도 1/100 줄여
석탄가스화 복합발전 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저비용의 연소 전 공정에서 효율적으로 포집할 수 있는 나노다공성 물질을 국내 연구자가 포함된 국제 공동연구진이 찾는 데 성공했다. 중장기적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 배출 감소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부산대학교(총장 전호환)는 화공생명공학부 정용철 교수(사진)를 주축으로 한 국제 공동연구진이 석탄을 가스화해 전기를 생산하는 석탄가스화 복합발전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연소 전의 공정에서 효율적으로 포집할 수 있는 나노다공성 유기금속 구조체를 발견하는 데 성공했다고 18일 발표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사이언스 어드밴스(Science Advances)』지 온라인판에 「In silico discovery of metal-organic frameworks for precombustion CO₂ capture via genetic algorithm」이라는 제목으로 지난 14일 게재됐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지구온난화를 유발하는 이산화탄소의 농도가 증가함에 따라 여러 나라에서 이산화탄소 절감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전 세계 이산화탄소의 배출량 중 4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석탄화력 발전소에 이산화탄소 포집장치를 설치한다면 이산화탄소의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이산화탄소 포집기술은 화석연료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대기로 배출하기 전에 추출한 후 압력을 가해 액체 상태로 만들어 저장하는 기술을 말한다. 포집된 이산화탄소는 운반해 지하 깊은 곳에 지중저장(geological sequestration)하거나 석유시추의 효율을 높이는 데 쓰이기도 한다. 이러한 포집장치에 들어가는 물질로 고체흡착제의 일종인 유기금속 구조체(MOF·Metal-Organic Framework)가 각광을 받고 있다.
이산화탄소 포집 기술에는 크게 연소 후 포집 기술(post-combustion technology)과 연소 전 포집 기술(pre-combustion technology), 산소 연소 기술(oxy-fuel combustion technology)이 있다.
연소 후 배기가스에 포함된 이산화탄소를 포집하는 기술인 ‘연소 후 포집 기술’은 기존 공정에 적용하기에 가장 쉬운 기술로 기존의 연구결과들은 이 기술에 맞는 고체흡착제의 발견에 집중해왔다.
하지만 이산화탄소 포집을 고려하는 경우 이산화탄소 포집비용·발전원가 등에서 ‘연소 전 포집 기술’을 적용한 석탄가스화 복합발전(IGCC·Integrated Gasification Combined Cycle)이 차세대 석탄 발전으로 유리하다. 석탄가스화 복합발전소에 적용될 수 있는 연소 전 포집 기술의 온도·압력·기체조성에 맞는 고체흡착제 개발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MOF(유기금속 구조체)는 유기 리간드(organic ligand)와 메탈이온(metal ion)의 조합으로 만들어지는 삼차 ?구조체로서 지금까지 실험을 통해 조합돼 학계에 보고된 수만 6000개를 넘는다. 이론적으로는 수백만 개 이상의 MOF가 조합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렇게 많은 MOF 중 연소 전 포집에 적합한 MOF를 찾기 위해서는 각 MOF의 성능들을 일일이 모두 실험적으로 테스트해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다. 하지만 컴퓨터를 통해 주어진 MOF의 성능을 정밀하게 예측할 수 있다면 실험에 들어가는 자원과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어 시뮬레이션을 바탕으로 MOF의 성능을 예측한 뒤 이를 실험적으로 실증하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연구진은 ‘대규모 분자전산모사’라는 컴퓨터 방법론을 이용해 수많은 MOF의 성능을 미리 컴퓨터상에서 예측하고 그 중 연소 전 이산화탄소 포집기술에 적절한 ‘NOTT-101/OEt’라는 이름의 MOF를 새롭게 발견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에 발견된 NOTT-101/OEt는 기존 연소 전 이산화탄소 포집 상태에서 실험한 MOF 중 가장 성능이 좋다고 알려진 Mg-MOF-74보다 60% 이상 높은 이산화탄소 흡착량을 보였다. 이 물질을 연소 전 이산화탄소 포집장치에 쓴다면 보다 적은 비용으로 많은 양의 이산화탄소를 포집할 수 있어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연구진은 컴퓨터를 통해 MOF의 성능을 예측하는 데 걸리는 컴퓨터 자원(CPU시간)을 머신러닝기법의 하나인 유전알고리듬(genetic algorithm)을 이용해 100분의 1로 단축했다.
기존의 대규모 분자전산모사 방법은 수많은 컴퓨터 자원(CPU시간)를 할애해 모든 MOF 물질들의 성능을 계산하는 소위 ‘brute force’ 방법을 사용한다. 하지만 대다수의 MOF들의 성능이 좋 ?않기 때문에 brute-force 방법을 통해 지금까지 알려진 모든 MOF들의 성능을 계산한다는 것은 컴퓨터 자원을 비효율적으로 쓰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연구진은 유전알고리듬(genetic algorithm)을 적용해 좀 더 효율적으로 MOF의 ‘물질공간(material space)’을 탐색할 수 있게 해 새로운 MOF물질을 발견하는 데 쓰이는 컴퓨터 자원을 획기적으로 줄였다.
연구를 수행한 부산대 정용철(화공생명공학부) 교수는 “이번 연구는 머신러닝 방법과 전산모사 방법의 조합을 통해 과학자와 공학자들이 어떻게 효율적으로 물질들을 컴퓨터에서 탐색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좋은 예”라며 “앞으로 실험 연구그룹과의 협업을 통해 지구 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와 미세먼지를 줄일 수 있는 흡착제 개발에 관한 연구들을 계속 수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미국 백악관에서 2011년부터 중점적으로 투자해온 물질게놈 프로젝트(Materials Genome Project)의 일환인 나노다공성물질게놈 센터(Nanoporous Materials Genome Center)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다. 미국 노스웨스턴 대학의 랜디 스너(Randall Snurr) 교수, 코넬 대학교의 펭치 유(Fengqi You) 교수가 이끄는 계산그룹과 노스웨스턴 대학 화학과의 프레이저 스토다트(J. Fraser Stoddart) 교수(2016년 노벨화학상 수상자), 조셉 헙(Joseph T. Hupp) 교수, 오마 파하 (Omar K. Farha)가 이끄는 실험그룹들이 공동 연구를 통해 이룬 성과다. 부산대 정용철(화공생명공학부) 교수와 디에고 고메즈-구알드론(Diego Gomez-Gualdron) 콜로라도 광산대학 화학생명공학과 교수가 제1저자로 참여했다.
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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