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유학 대신 서울서 준비, '안방유학' 늘어날 듯
푸단대·베이징사범대 등 9곳 서울서 시험 치르기로
상하이명문대, 국내 파트너로 이얼싼중국어학원 선정
[ 박동휘 기자 ] 세계 대학 순위 51위(중국 3위)인 상하이 푸단대가 내년 입시부터 서울에서 한국인 유학생을 위한 본고사 시험을 치른다. 푸단대가 중국 외 다른 나라에서 외국인 유학생을 위한 입학 시험을 치르는 곳은 서울이 유일하다. 중·고교 때 중국에 건너가 대입을 준비하는 조기 유학 대신 국내에서 준비해 입학시험까지 보는 ‘안방 유학’이 늘어날 전망이다.
5년 만에 푸단대 ‘서울 시험’ 재개
18일 교육계에 따르면 푸단대는 내년 4월 말 대학 입시 감독관 입회 아래 서울에서 중국과 동시에 대입 본고사를 치르기로 했다. 시험은 푸단대의 국내 협력파트너로 선정된 이얼싼중국어학원 시청점과 강남점에서 치러진다. 2012년에 중단됐다 5년 만에 재개하는 것이다. 유재승 이얼싼중국어학원 대표는 우수한 한국 학생을 유치할 기회라는 점을 들어 푸단대를 지속적으로 설득해 ‘서울 시험’을 이끌어냈다. 유 대표는 “상하이에 가서 시험을 치를 때는 음식 등 문제로 컨디션 조절에 실패하는 일이 잦았다”며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항공료와 숙박비 등 비용을 절감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중국 대학 가운데 ‘서울 시험’을 치르는 곳은 총 9곳이다. 이 가운데 상하이에 있는 대학은 푸단대와 함께 세계 대학 순위 100위권에 포함된 상하이교통대(70위), 상하이사범대, 화둥사범대 등 4곳이다. 나머지 5개교는 베이징사범대 등 베이징에 있는 대학이다.
중국 대학들이 ‘서울 시험’을 확대하는 것은 그만큼 수요가 많아서다. 2003년께부터 본격화된 중국 유학은 2007년 유학생 수가 7만6412명으로 급증해 정점을 찍었다. 이후 줄어들기 시작해 2013년엔 5만명 밑으로 떨어졌다. 그러다 지난해 5만8120명으로 다시 증가 추세로 돌아섰다.
中유학, ‘간판’에서 ‘실용’으로
중국 유학은 만 18세 이상, 고교를 졸업했거나 그에 상응하는 학력을 갖고 있으면 누구나 가능하다. 지원 자격이 까다롭지 않은 데다 중국 대학들이 정원의 10%가량을 외국인 유학생에게 할당하고 있어 그동안 ‘간판따기’ 식의 지원 경향이 뚜렷했다.
유 대표는 “과거엔 베이징, 상하이 등 대도시에 있는 중국 최상위권 대학의 비인기학과에 입학하려는 수요가 대부분이었다”고 설명했다.
최근 들어 이 같은 흐름에 변화가 생겨나고 있다. 우선 지역이 다변화하고 있다. 孃? 저장, 후베이, 쓰촨성을 비롯해 충칭직할시 등에 있는 지역 명문대의 경쟁률이 치열한 인기학과에 지원하는 학생이 늘고 있다. 문과 일색이었던 데서 벗어나 이과 지원자들이 나오고 있는 것도 또 다른 변화다. 이과는 중국어로 된 과학 과목 시험을 추가로 봐야 하기 때문에 진입 장벽이 높다. 하지만 문과보다 상대적으로 취업에 유리하다. 유 대표는 “국내 기업들이 중국 지역별 전문가를 선호하기 시작했다”며 “유학생들이 중국 내 대기업 취업까지 감안해 실용적인 선택을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 정부가 ‘985공정’ ‘211공정’ 등 국가 프로젝트의 하나로 추진 중인 ‘일류대학 건설’도 이 같은 변화의 배경으로 꼽힌다. ‘985공정’이란 세계 일류대학 건설 프로그램으로 대상 대학 수는 39곳이다. 21세기를 맞아 세계적 수준의 일류대학 100개를 육성하겠다는 게 ‘211공정’이다. 전국 118개 대학이 집중 지원을 받고 있다.
■ 중국 대입 준비 어떻게…
중국 대학 입학 전형은 크게 본고사 전형과 중국한어수평고시(HSK) 전형으로 나뉜다. 본고사는 학교별로 출제하는 입학시험으로 영어, 수학, 중국어 등의 성적을 종합해 순위를 가린 뒤 지망(3지망까지 가능) 학과 정원에 따라 당락이 결정된다.
원서 접수는 베이징은 매년 3월, 상하이는 4월에 한다. 영어와 수학은 국내 수능 기준으로 2~3등급 정도면 무리없이 준비가 가능하다는 게 중국 유학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준비 기간은 대학별로 1~2년 정도면 된다.
이 밖에 난징대, 하얼빈공대 등 상당수 대학은 HSK 급수와 점수만으로 합격생을 선발한다. 2016학년도를 기준으로 5급 230점 이상이면 합격 안정권이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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