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선 법조팀 기자 inddo@hankyung.com
[ 김인선 기자 ] “검찰시민위원회 위원들은 법률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고도의 지식이 필요한 사안에는 도움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법률전문가 위주로 구성된 ‘검찰수사심의위원회’를 도입하겠습니다.”
김수남 검찰총장은 지난 1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이 같은 청사진을 밝혔다. 현직검사들이 비리 혐의로 잇따라 구속된 데 따른 검찰개혁 방안을 제시하는 자리에서다. 김 총장은 “검찰시민위원회 위원들의 전문성이 떨어져 검찰 의견대로 결론이 나는 문제가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 발언을 듣는 순간 고개가 갸웃해졌다. 달리 표현해 ‘국민이 아닌 법률가들이 위원회에 대거 참여하면 검찰이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취지의 김 총장 주장에 쉽게 납득할 수 없어서였다. 법률 지식이 있어야만 검찰 수사에 대한 감시견 역할을 할 수 있는 걸까. 최근 만난 한 지방법원장과 나눈 이야기가 떠올랐다. “국민참여재판을 해보고 나서 많은 것을 느꼈다. 일반 시민들이 과연 재판에 제대로 임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던 게 사실인데 실제로 재판하는 것을 지켜보니 시민들의 식견이 법률가 못지않게 높을 뿐 아니라 배심원 평결이 법관 판단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2008년 도입된 국민참여재판은 사법부 신뢰 회복의 일등공신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에게 검찰수사심의위원회에 대한 의견을 묻자 “또 하나의 옥상옥(屋上屋)을 만드는 것일 뿐”이란 회의적인 반응이 돌아왔다. 그는 “시민들이 참여하는 미국과 일본의 배심제도를 보면 법률지식보다는 법에 대한 양식과 상식이면 충분한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법조 비리로 뒤숭숭한 검찰은 검찰 특별감찰단 출범, 몰래 변론 금지 등 여러 대책을 연달아 내놓고 있다. 그럼에도 국민 불신은 갈수록 커져 가고 있다. 개혁 방안에 ‘국민’이란 단어가 빠졌기 때문은 아닐까.
김인선 기자 ind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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