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밀 추적으로 탈세 적발
중소기업 오너 명의신탁은 실명전환 적극 지원
[ 이상열 기자 ] 앞으로는 자산가나 대기업 오너들은 명의신탁(차명주식계좌)을 통해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고 대규모 주식 양도차익을 거두거나 부(富)를 대물림하는 탈세 행위가 어려워지게 된다. 국세청이 차세대 국세행정시스템 엔티스(NTIS)의 진화 버전을 개발해 주식 명의신탁을 이용한 각종 탈세 행위까지 샅샅이 뒤지기로 했기 때문이다.
국세청은 엔티스의 정보 분석 기능을 기반으로 여러 유형의 명의신탁을 쉽게 찾아내 체계적으로 검증하는 ‘차명주식 통합분석시스템’을 구축했다고 18일 발표했다. 엔티스는 납세자들의 세금 신고, 현금영수증, 전자세금계산서 등 기존 여덟 개의 개별 사이트를 한곳에 모아 납세 관련 정보 관리 기능을 크게 개선했다. 납세 관리가 꼼꼼해진 만큼 탈루 가능성은 줄어든다. 2010년 1월부터 작년 6월까지 2000억원 이상의 예산을 투입한 만큼 효과도 컸다. 올 들어 세수를 늘린 ‘일등 공신’도 엔티스란 평가가 나왔다.
◆자산가 차명주식 탈세 근절
국세청이 이번에 내놓은 ‘차명주식 통합분석시스템’은 엔티스의 정보 분석·관리 기능을 한 단계 더 향상시킨 것이다. 이 시스템은 장기간에 걸친 주식 보유현황과 취득·양도 등 변동내역, 각종 과세자료와 금융정보분석원(FIU) 등 외부기관 자료까지 연계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주식 취득, 보유, 양도 등 모든 과정을 통합적으로 분석하고 명의신탁 혐의가 높은 자료만을 선별해 정밀 검증할 수 있게 됐다고 국세청은 설명했다.
국세청은 이번 시스템 구축 이전에도 차명주식 분야를 지하경제 양성화의 중점 추진 과제로 선정하고 엄정 대응해 왔다. 최근 5년 동안 명의신탁을 통해 세금을 빼돌린 1702명을 적발해 1조1231억원을 추징했다.
모 그룹의 A회장은 수십년간 임직원 45명의 명의를 빌려 계열사 상장주식을 차명으로 관리해 오다 주가가 오르자 98개 차명계좌를 통해 이를 처분, 양도차익을 얻고도 세금을 내지 않고 있다가 110억원을 추징당하고 검찰에 고발됐다. 다른 기업의 B회장은 계열사 임직원과 친인척, 거래처 대표 등 55명 명의로 숨겨둔 15개 법인의 차명주식을 자녀에게 양도한 것처럼 속였다가 덜미를 잡혀 증여세 등 총 1300억원을 추징당했다.
◆중소기업은 실명 전환 유도
국세청은 다만 중소기업 경영자의 명의신탁 주식에 대해선 실명 전환을 지원하기로 했다. 2001년 7월 이전의 법인설립 요건(주주분산요건) 때문에 부득이하게 주식을 명의신탁해 준 중소기업 오너들은 조세회피 목적이 없다는 것이 입증될 경우 가업승계를 원활하게 할 수 있도록 세무조사 없이 실명전환을 지원하기로 했다.
국세청은 2014년 6월부터 중소기업 오너들의 차명주식을 간편하게 실명전환할 수 있는 ‘명의신탁주식 실제 소유자 확인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 제도를 통해 올해 상반기까지 1023명의 4627억원어치 차명주식이 실제 소유자 명의로 전환됐다.
국세청은 주식 명의신탁을 억제·예방하는 제도 개선에도 나서기로 했다. 법인사업자 등록 때 제출하는 ‘주주 명세서’에 앞으로 ‘본인확인’란을 추가하고 신설법인 주주를 대상으로 명의신탁에 따르는 불이익과 실명전환 방법을 안내하기로 했다. 양병수 국세청 자산과세국장은 “차명주식 통합분석시스템을 활용해 명의신탁을 활용한 탈세행위를 철저히 차단하겠다”고 말했다.
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
[한경닷컴 바로가기] [스내커] [모바일한경 구독신청] [한 경 스 탁 론 1 6 4 4 - 0 9 4 0]
ⓒ 한국경제 & hankyung.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