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 이어 구미에 공장…일본 도레이 '50년 한국 사랑'

입력 2016-10-19 18:13  

도레이첨단소재, 구미 하이테크밸리 입주 1호기업

"2030년까지 5조 더 투자"
일본 도레이, 53년간 4조…해외투자 3분의 1을 한국에

단 한번의 철수 없이 투자 지속
공장만 13개…그룹 매출 17%
중국과 가깝고 고급인력 많아



[ 주용석/장진모 기자 ]
일본계 도레이첨단소재가 19일 경북 구미에서 탄소섬유 복합재료 공장 기공식을 열었다. 지난 7월 전북 군산 새만금산업단지에 세계 최대 규모의 고부가 플라스틱 소재(폴리페닐렌 설파이드·PPS) 공장을 준공한 지 3개월 만이다. 도레이는 구미공장을 포함해 2030년까지 약 5조원을 한국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불확실한 경영 환경으로 국내 기업조차 투자를 꺼리는 상황에서 일본계 기업이 한국 기업보다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이번 공장은 도레이가 구미에 짓는 4번째 공장이자, 한국에 건설하는 13번째 공장이다. 도레이는 2021년까지 4250억원을 투자해 자동차 경량화 소재로 쓰이는 탄소섬유 복합재료, 부직포, 폴리에스테르 필름을 생산할 계획이다. 2021년에는 고용 恝坪?2400명에 달할 전망이다. 이날 기공식에는 박근혜 대통령과 닛카쿠 아카히로 일본 도레이그룹 최고경영자(CEO·사장), 이영관 도레이첨단소재 회장 등이 참석했다. 박 대통령은 “도레이는 50년간 약 4조원을 투자한 오랜 친구”라고 말했다.

도레이첨단소재의 구미4공장은 구미 하이테크밸리에 입주하는 첫 공장이다. 구미 하이테크밸리는 정부가 미래형 산업단지로 키우려는 곳이다. 탄소섬유, 신재생에너지, 3차원(3D) 프린팅, 전자의료기기 등 미래 먹거리를 유치할 계획이다. 하지만 아직 들어오겠다는 곳이 많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도레이는 과감히 투자를 결정했다.

2013년 새만금산업단지 입주를 결정할 때는 단지 사정이 더 열악했다. 당시 새만금산업단지는 허허벌판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도레이는 3000억원을 투자해 첨단 PPS 공장을 이곳에 짓기로 했다. PPS는 금속보다 가벼워 전기차, 전자제품, 의료기기의 금속 소재를 대체할 수 있는 ‘슈퍼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으로 불린다. 일본을 빼면 한국이 첫 해외 생산거점이다. 지금도 새만금산업단지 입주 기업 중 대기업은 도레이와 벨기에 화학사 솔베이, 국내 기업인 OCI 정도다.

도레이는 일본이 자랑하는 세계적 소재기업이다. 미국 보잉 항공기에 들어가는 탄소섬유를 공급한다. 유니클로의 발열내의 히트텍 소재도 도레이 작품이다. 도레이와 한국의 인연은 1963년 시작됐다. 당시 도레이는 한국나일론(현 코오롱)에 나일론 기술을 전수했다. 본격적인 한국 투자는 1972년 삼성그룹이 옛 제일합섬(현 도레이케미칼)을 세울 때부터다. 도레이는 이때 지분 34%를 투자했다.

1999년에는 삼성에서 계열분리한 새한그룹과 도레이새한을 설립했다. 지금의 도레이첨단소재다. 도레이는 외환위기 이후 새한에서 나머지 지분을 인수해 도레이첨단소재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도레이는 이 밖에 한국에 도레이케미칼, 도레이BSF한국, 스템코 등 6개 계열사를 두고 있다. 도레이 한국 법인들의 매출은 지난해 3조7000억원으로 도레이 그룹 전체 매출 22조원의 17%를 차지했다.

투자 측면에선 비중이 더 크다. 지금까지 한국에 투자한 4조원은 도레이 그룹 전체 해외 투자 12조원(2016년 3월 말 연결재무제표의 지역별 유형 고정자산 기준)의 33%에 달한다. 한국을 제외한 아시아 전체(31%)보다 많다. 도레이 관계자는 “한국은 도레이의 해외 투자 1위 국가”라고 말했다. 도레이가 한국 투자를 늘리는 것은 중국 시장과 가깝고, 값싼 전기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는 데다 고급 인력이 많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주용석/장진모 기자 hoho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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