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중앙회·IBK기업은행 주관
'100년 대계' 만드는 수상기업
동보 등 20개사 '한우물' 파며 R&D 집중
"가업승계는 부 아닌 업 물려주는 것"
[ 이민하 기자 ]
서부사료는 1969년 서울 마포에서 배합사료 생산업체로 출발했다. 축산 사료 개념조차 없을 때 외국에서 기계를 들여와 생산설비를 갖췄다. 국내 첫 배합사료였다. 1994년에는 월 판매량이 1만t을 넘어설 정도로 규모가 커졌다.
1985년 입사한 2세 경영인 정세진 대표는 ‘기술혁신’에 힘을 쏟았다. 그는 축산 농가의 생산성 향상에 기여할 사료를 만들기 위해 연구개발(R&D) 인력을 대대적으로 확충했다. 축산시스템 개발을 위해 2002년 실험실을 증축하고 국제표준품질경영시스템(ISO9001:2000) 인증 등을 받았다.
이듬해에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양계분야 농장컨설팅제도를 도입했다. 정 대표는 “선대의 창업정신을 이어받고 다음 세대에 제대로 전수하는 기업이 되겠다”고 말했다.
창업정신 이어받아 ‘한우물’
19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2016 가업승계, 아름다운 바통터치’ 행사에서 가업승계 기업으로 선정된 업체들은 기술혁신으로 변화를 시도해왔다. 다른 영역에 눈 돌리지 않고 고집스레 한우물만을 파고 있는 것도 공통점이다.
한 분야에만 집중하고 있는 대표적인 기업은 동보다. 이 회사는 1966년 이후 50년간 절삭가공 제품만 생산해왔다. 김지만 대표는 숙련공을 키워 ‘무결점’ 제품을 생산하겠다는 목표를 실천하고 있다. 동보의 연간 고용증가율은 20% 이상이다. 현재 직원은 705명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영상황이 악화됐을 때도 구조조정 없이 버텨냈다. 생산이 줄어든 만큼 근무시간을 교육으로 대체했다. 지난해 매출은 2734억원으로 늘어났다.
초정밀급 천연다이아몬드공구 등을 생산하는 신진다이아몬드공업은 2000년 2세 경영인인 차인선 대표가 입사한 이후 회사가 한 단계 더 성장했다. 국내에서는 아직 생소한 초정밀공구를 집중 개발하면서 연구인력 등을 지속적으로 늘렸다. 당시 3명이던 직원은 28명으로 10배 가까이로 불어났다. 2005년에는 세계적 공구회사인 체이스의 협력사로 선정됐다.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장은 “한우물에 집중하는 장수기업은 당장의 이익을 바라기보다 공통적으로 미래에 대비한 인력 육성과 기술혁신에 공을 들이고 있다”며 “미래를 생각하다 보면 기업가는 끊임없이 변화할 수밖에 없다”고 혁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기술혁신으로 미래 대비
이날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상을 받은 유신메라민공업은 국내 열경화성수지고압화장판(HPM) 표면재 시장점유율 1위 업체다. 이 회사에서 생산하는 표면재는 선박·철도차량 내장재, 목재·주방가구 등에 쓰인다.
문순기 유신메라민공업 대표(2세 경영인)는 1999년 입사해 신제품 개발 투자 등을 확대해왔다. 이 회사는 이온 함유 열경화성수지화장판 제조방법을 포함해 특허·상표·실용신안 등 13건을 보유하고 있다.
선일다이파스는 메르세데스벤츠와 아우디 등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에 볼트를 공급하는 회사다. 자동차용 볼트와 냉간단조품을 미국과 일본, 호주, 중국, 프랑스 등 세계 10여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2005년 아시아 업체로는 처음 기존 프레스 생산방식에서 벗어난 기술로 제품 양산에 성공했다.
김지훈 선일다이파스 대표는 “명문장수기업이 글로벌 강소기업으로 성장하는 사례를 만들어내겠다”고 말했다.
이민하 기자 mina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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