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시봉의 내 인생을 바꾼 한마디] 그곳의 돼지가 모두 흰 것을 보고 부끄러워하고 돌아갔다. - 동관한기

입력 2016-10-21 16:15  

▶후한 광무제 때 일이다. 팽총은 평소 감정이 좋지 않았던 주부(朱浮)를 치기 위해 군사를 일으켰다. 주부는 팽총에게 글을 보내 꾸짖는다. “그대는 스스로를 자랑하며 자신의 공(功)이 천하에 높다고 여긴다. 옛날 요동에서 머리가 흰 새끼 돼지가 태어나자 기이하게 여겨 황제에게 바치려고 했다. 하지만 하동에 이르렀을 때, 그곳의 돼지가 모두 흰 것을 보고 부끄러워서 다시 돌아갔다고 한다. 만일 그대의 공을 조정에서 논한다면 저 요동의 돼지와 같을 것이다.”

나중에 팽총은 주부와의 전투에서 승리하고 자신을 연왕(燕王)이라 칭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죽임을 당한다. 팽총을 꾸짖던 주부 또한 자신의 공을 자랑하고 동료들을 업신여겼다는 죄목으로 사약을 받는다. 결국 요동의 돼지라고 놀리던 주부가 스스로 요동의 돼지가 되어 죽임을 당한 것이다. 요즘도 요동시(遼東豕)라는 고사는 견문이 좁아 세상일을 모르고 저 혼자 득의양양할 때 사용한다. 이제 돌아보자. 혹시 내가 요동의 돼지가 아닌가 말이다.

▶ 한마디 속 한자 - 還(환) 돌아가다. 돌아오다

▷還甲(환갑) : 회갑. 육십갑자의 '갑(甲)'으로 되돌아온다는 뜻으로, 예순한 살.

▷錦衣還鄕(금의환향) : 비단옷을 입고 고향에 돌아온다는 뜻으로, 출세를 하여 고향에 돌아가거나 돌아옴.

송내고 교사 hmhyu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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