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첩첩산중에 기댈 건 공부밖에…사시·행시 등에서 강세 보여 와"
27년째 주민 대상 '정심상' 시상…열린 사고로 지역민 개념 넓혀야
[ 이미아 기자 ]
“우리 고향 경북 예천은 첩첩산중이다 보니 돈 벌 게 별로 없었어요. 기댈 건 오로지 자기 실력으로 쌓은 공부뿐이었죠. 그래서인지 몰라도 다른 지역에 비해 타향살이하면서 성공한 사람이 꽤 됩니다. 각지에서 열심히 일하는 고향 사람끼리 서로 연결하고, 동향 후배들도 돕겠다고 뭉친 게 벌써 30년 가까이 됐네요.”
지난 20일 서울 적선동 광화문플래티넘빌딩에서 예천 출신 인사들의 모임 ‘정심회(正心會)’ 소속 회원 10명을 만났다. 이 자리에는 초대 회장인 변우량 전 국회의원(82)과 2대 회장을 지낸 박대일 대원물류 회장(80), 현 회장인 김종창 전 금융감독원장(68), 권교택 전 한솔제지 대표(67) 등이 모여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변 전 의원은 “정심회란 이름은 사서삼경 중 《대학(大學)》에 나오는 구절 ‘격물치지 성의 정심 수신제가치국평천하(格物致知 誠意 正心 修身齊家治國平天下)’에서 따왔다”며 “‘사물의 이치를 깨닫고, 진실한 뜻을 품어 마음을 바르게 하고, 자신을 갈고닦아 집안을 바로세우고, 나라를 다스려 천하를 평화롭게 한다’는 뜻인데, 이런 맑은 선비 정신을 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정심회원들은 “예천은 면적이 워낙 작아 사람들에게 덜 알려졌지만 행정고시나 사법고시처럼 공부로 승부를 거는 부문에 강세를 보여 왔고, 사업을 할 때도 악착같기로 이름이 높았다”고 입을 모았다. “회원 대부분이 60~80대인데, 우리 어렸을 땐 정말 가난했어요. 그저 공부 열심히 하고 고향 밖 ‘큰 물’에 가서 성공해야겠다는 마음이 강했죠. 그래서 고향을 생각할 때면 더 애틋한지도 모르겠어요.”
정심회는 1987년 5월15일 결성됐다. 이 모임에 들어오기 위한 기본 조건은 ‘예천 출신으로 타향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이다. 전체 회원은 40여명이다. 김종창 전 금감원장은 “회원이 되려면 정심회 자체 심사를 통과해야 하는데 이 기준이 꽤 까다롭고, 운영비도 회원들의 회비로만 충당한다”며 “도덕적으로 오점이 남는 단체가 되길 원치 않기 때문에 덩치를 불리는 것보다는 내실을 다지는 데 더 심혈을 기울인다”고 말했다.
정심회가 자랑하는 것은 매년 가을 고향 사람을 대상으로 시상하는 ‘정심상(正心賞)’이다. 올해로 27회째인 정심상 시상식은 지난 3일 개천절에 열렸다. 효행과 봉사, 영농, 다문화가정, 지역발전 기여 공로 등 5개 분야에서 수상자를 선정한다. 권교택 전 대표는 “매년 분야마다 쟁쟁한 경쟁자가 나온다는 게 신기하고도 기쁘다”며 “특히 효행과 다문화가정 부문은 예 돛?전통과 미래 발전을 함께 나타낸다는 점에서 정심회원들이 매우 각별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다문화가정 자녀들이 한국 사회에 기여할 수 있도록 잘 이끌어줘야 한다”며 “시대에 맞게 열린 사고방식으로 지역민의 개념을 넓혀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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