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서명 앞두고 협상 포기
[ 이상은 기자 ] 캐나다와 유럽연합(EU) 간 자유무역협정(FTA)인 ‘포괄적 경제무역협정(CETA)’ 협상이 타결 조인식을 6일 앞두고 사실상 결렬됐다. 일부 EU 관계자들이 ‘아직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23일 파이낸셜타임스(FT)와 가디언 등에 따르면 크리스티아 프리랜드 캐나다 통상장관은 지난 21일 EU 회원국인 벨기에의 왈로니아 나무르에서 폴 마그네트 벨기에 총리와 면담한 뒤 “EU와의 협상 타결이 불가능하다”고 밝히고 캐나다로 돌아갔다.
그는 “EU는 유럽적 가치를 지닌 캐나다 같은 나라와도 국제 협정을 체결할 수 없는 상태가 됐음이 분명하다”고 비판했다.
2009년부터 시작된 CETA 협상은 28개 EU 회원국 정상이 모두 동의하면서 특별한 어려움 없이 체결될 것으로 전망됐다. 지난여름 EU 집행위원회가 단독으로 협상을 타결하는 패스트트랙 제도를 없애고 EU 회원국 전체의 비준을 얻도록 규정을 바꾼 뒤 상황이 180도 변했다.
13일에는 독일 헌법재판소가 19만명의 시민 청원을 일부 수용해 CETA 조건을 바꿔야 한다고 판결했다. 14일에는 벨기에 왈로니아 지역 주민들이 투표로 CETA 반대를 결정했다. 이로 인해 벨기에 정부가 비준할 수 없게 됐다.
캐나다산 소고기·돼지고기 수입이 증가하고 캐나다 소재 다국적 기업이 CETA 규정을 들어 지방정부의 정책결정권을 해칠 것이라는 우려 등이 반대 이유였다. 반(反)세계화 단체들은 곳곳에서 집회를 열고 EU가 미국과 추진하고 있는 범대서양무역투자동반자협정(TTIP)과 CETA를 싸잡아 반대했다. 이들은 CETA를 허용하면 TTIP를 우회적으로 허용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TTIP 역시 프랑스 등의 반대로 제대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마르틴 슐츠 유럽의회 의장과 프리랜드 장관이 직접 왈로니아 지역을 찾아가 설득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카렐 데 구트 전 EU 통상담당 집행위원은 “지난여름 회원국별 비준으로 바꾼 것이 역사적 실수였다”며 “모든 회원국의 비준을 얻는 것이 불가능하고 협상에서 사용할 카드도 사라지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라면 EU는 무역협정을 맺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달리아 그리바우스카이테 리투아니아 대통령은 “28개 회원국 정상이 벨기에 내부 문제에 인질로 잡힌 꼴”이라고 했다.
EU가 캐나다(CETA), 미국(TTIP)과 무역협정 성과를 낼 수 없는 환경에서는 영국과도 FTA 수준의 협정을 체결할 수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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