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이심기 특파원) 역대급의 방송통신 인수합병(M&A)으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AT&T의 타임워너 인수에 대한 손익계산이 복잡해졌다. 전략적으로는 ‘신의 한수’로 평가받지만 재무적 관점에서 성공적인 딜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물음표다.
AT&T는 타임워너를 통해 킬러콘텐츠를 확보함으로써 일약 거대 미디어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지난 8월 랜들 스티븐슨 AT&T 회장이 뉴욕 맨해튼의 타임워너 본사를 방문, 제프리 뷰커스 타임워너 회장를 만나 인수 제의를 한 뒤 2개월만에 협상을 매듭지었다. 방송과 통신의 수직적 통합을 이뤄낸 스티븐슨 회장의 승부사적 기질이 그동안 호시탐탐 타임워너를 노렸던 컴캐스트와 애플, 21세기 폭스를 제쳤다고 외신들은 높이 평가했다.
하지만 22일(현지시간) 토요일 저녁 발표된 인수 조건을 확인한 월가 애널리스트들의 해석은 달랐다. 지난 20일 블룸버그통신의 보도로 이번 인수건이 수면 위로 떠오른 직후 타임워너 주가는 이틀간 20% 넘게 폭등한 반면 AT&T 주가는 3% 하락했다. 21일 지난주 증시가 마감할 때까지 인수 조건이 확정되지 않았지만 인수 가격을 둘러싼 시장 컨센서스는 주당 90~100달러였다. 뉴욕타임스(NYT)는 타임워너가 매각 가격으로 주당 90달러 이상을 요구 杉鳴?익명을 요구한 내부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총 인수 금액은 최소 700억달러로 올해 들어 이뤄진 ‘빅 딜’중 최대 규모였던 바이엘의 몬산토 인수(560억달러)를 제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본 결과 인수 가격은 주당 107.5달러, 인수 금액 854억달러로 예상을 훨씬 뛰어넘었다. 더구나 타임워너의 부채까지 떠안는 조건이 포함돼 실제 총 인수 비용은 1087억달러에 달했다. 21일 타임워너의 종가 89.48달러에 20% 프리미엄을 더한 가격이었고, 인수설이 공개되기 전 주가(80달러)를 감안하면 33%를 더 보탰다. 이는 타임워너의 지난해 영업이익의 11.5배, AT&T의 6.6배가 훨씬 넘는 수준이다.
게다가 AT&T의 부채 규모는 지난해 다이렉트TV를 285억달러에 인수하면서 1270억달러에 달했다. 재무구조가 악화된 AT&T는 타임워너와 협상을 하면서 인수 대금의 절반은 주식, 절반은 현금으로 지급하기로 해 전액 현금 지급에 따른 부담은 덜었다. 하지만 타임워너의 부채 240억달러를 떠안고, 854억달러 인수 금액의 절반인 427억달러를 현금으로 마련하려면 667억달러의 자금 부담이 늘게 된다.
사정이 급해진 AT&T는 인수 대금의 대부분을 빌려서 마련하기로 하고 월가에 ‘SOS’를 요청했다. 이 결과 JP모간체이스가 250억달러, 뱅크오브아메리카(BoA)가 150억달러씩 모두 400억달러의 인수금융을 제공하기로 하면서 AT&T는 한숨을 돌렸다. 하지만 변수는 남아있다. 두 은행이 제공하는 자금은 브릿지론으로 AT&T가 채권 발행을 통해 자금을 마련하는 동안 일시적인 유동성을 지원하는 수준이다.
블룸버그통신은 JP모간이 제공하는 250억달러는 역대 최대 규모라며, 초저 賻??인한 수익 부진에 고전하는 대형은행들에 이번 인수건이 놓칠 수 없는 돈벌이 기회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때문에 JP모간 등도 AT&T 못지 않게 미 법무부와 연방통신위원회(FCC)가 이번 인수건을 순순히 승인할지 여부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투자자들의 계산도 복잡해졌다. 타임워너의 주가는 AT&T의 인수를 호재로 지난주에만 30% 올랐다. 다음달 18일 워너브러더스가 빅 히트가 예상되는‘해리포터’ 신작을 내놓을 예정이어서 추가 상승 여력도 있다. 변수는 이번 인수건이 반독점 당국의 심사를 통과할지 여부다. 힐러리 클린턴과 도널드 트럼프 등 차기 정부를 이끌 민주당, 공화당의 대통령 후보들은 모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월가의 애널리스트들은 “타임워너 주가가 고평가돼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도 “그렇다고 해서 AT&T와의 딜이 실패로 끝날 경우 협상 이전 수준으로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즉 향후 불확실성을 감안하면 단기급등한 주식을 팔아 시세차익을 챙기는 게 낫다는 뜻이다.
AT&T 주가는 지난 21일 3% 하락하며 이번 인수에 투자자들이 호의적이지 않다는 신호를 보냈다. 이사회는 승인을 했지만 예상보다 훨씬 후한 인수 조건에 AT&T 주주들이 어떤 추가 반응을 보일지는 미지수다. (끝) / s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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