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과제 지속 추진할 정책 일관성 틀 갖추고
개념 모호한 경제민주화 개정 또는 폐지 필요
정부에 국회해산권 부여해 입법권력 남용 막아야
[ 이상열 / 이태훈 / 오형주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이 24일 국회 시정연설을 통해 개헌 추진을 공식화하자 경제전문가들은 “단순히 국가 권력구조 개편에만 매몰될 것이 아니라 전반적인 국정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헌법을 바꿔야 한다”고 일제히 주문했다. 또 “1987년 헌법 개정 후 30년간 진행된 경제와 산업 변화를 감안해 국가와 시장의 역할을 재설정하고 개인의 창의성과 자유를 고양하는 쪽으로 개헌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가 운영의 효율성 높여야”
김광두 서강대 석좌교수(국가미래연구원장)는 “지금처럼 문제가 발생해도 해결 능력이 떨어지는 국가 지배구조와 운영 시스템을 개선하는 것이 개헌의 주된 내용이 돼야 하고, 권력구조 개편은 이를 실현하는 하나의 방법으로 논의를 전개해야 한다”며 “대통령 중임제냐 내각제냐같이 단순히 권력구조 변경만 검토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가령 감사원의 정책감사와 국회의 국정감사 때문에 공무원들이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많다”며 “이를 어떤 방향으로 바꿔 국가 운영의 효율성을 높일 것인가를 우선적으로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영훈 바른사회시민회의 경제실장도 “헌법에 따라 행정부 소속 기관으로 돼 있는 감사원의 정책감사와 회계감사 기능 중 회계감사 기능을 미국처럼 국회 밑으로 보내고 국회의원 보좌관은 대거 축소하는 방안을 개헌 과정에서 논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국회의 상시 심사로 예산 누수를 막고, 보좌관 유지 비용도 줄여 효율성을 높이자는 주장이다.
전문가들은 개헌을 통해 정부 정책 추진의 일관성도 강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대통령 임기 말에 매번 되풀이되는 경제정책 실종 문제를 없애고 구조개혁과 중장기 국정과제를 꾸준하게 추진할 수 있는 권력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류근관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도 “개헌 후 대통령제가 유지되더라도 정책의 연속성을 뒷받침하는 틀이 갖춰지도록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경상 대한상공회의소 기업환경조사본부장은 “단임제 대통령제 아래에선 구조개혁 과제를 장기적으로 일관성 있게 추진하는 데 한계가 많다”고 말했다.
◆“경제 상황 변화 반영해야”
헌법에 포함돼 있는 이른바 ‘경제민주화 조항’(119조2항)이나 ‘경자유전의 원칙’(121조)처럼 경제와 산업 변화에 맞지 않는 조항을 개정 또는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 ?제기됐다.
조장옥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한국경제학회장)는 “경제민주화라는 매우 모호한 개념이 헌법에 들어가면서 불필요한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며 “헌법 개정 과정에서 삭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광두 교수도 “경제민주화 조항은 경제적 자유를 강조한 119조1항과 상충되는 데다 1980년대 제조업 중심의 시각에 기반하고 있다”며 “4차 산업혁명이 진행되고 있는 글로벌 시장 흐름에 맞춰 시장과 정부의 역할을 재정립하는 방향으로 경제민주화 조항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훈 실장은 “대기업이 농업에 참여하고, 정보통신기술(ICT)과 농업의 접목이 이뤄지는 가운데 농업인구는 급감하는 상황에서 1960년대식 ‘경자유전 원칙’을 헌법으로 유지해야 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대 교수는 “경제 도약을 위해서는 개방을 지향하고 규제를 완화하며 정부의 힘과 역할은 줄여 민간의 창의성과 자유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헌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했다.
국회의 기능을 제어하는 개헌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회가 입법권력을 남용해 각종 규제법안을 남발하면서 경제 활력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며 “헌법 개정을 통해 국회해산권을 도입해 국회의 권력을 제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열/이태훈/오형주 기자 mustafa@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