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농업법인도, 실업급여도 국가 보조금 빼먹는 창구였나

입력 2016-10-25 17:43   수정 2016-10-25 19:55

농업법인 중 ‘무늬만 농업법인’이 도처에 널렸다는 게 확인됐다. 1999년 정부가 ‘농어업 경영체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영농조합법인을 지원하기 시작한 지 17년 만의 첫 실태조사에서 드러난 사실이다. 전국 5만2293곳 가운데 무려 20%에 육박하는 1만1096곳이 시정 및 해산명령을 받게 됐다.

유령 농업법인이 넘쳐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농업법인으로 등록만 하면 보조금을 받거나 법인세를 면제받는다는 허점 때문이었다. 이런 혜택을 누리기 위해 농업법인으로 등록해 놓고 전원주택 개발이나 부동산 매매업 등을 하는 사례도 상당수 적발됐다. 농업법인이 아닌데 농업법인 유사 명칭을 사용하거나 실태조사에 불응한 법인도 4239곳에 달했다. 보조금, 법인세 감면이 엉뚱한 곳으로 새나간 것이다. 농업에 쏟아부은 돈이 이런 식으로 허비되니 선진국형 농업을 떠들어 봐야 될 턱이 없다.

감사원이 발표한 실업급여 운영실태 감사 결과도 충격적이기는 마찬가지다. 2013~2015년 수입이 있음에도 부정으로 수급한 것으로 의심되는 일용근로자가 9만7700명, 금액으로는 545억원에 달했다. 병역대체복무자로 수급 대상이 아님에도 실업급여를 받거나 해외에 체류하면서 실업 인정을 받아 급여를 받은 경우 등도 부지기수다. 돈이 줄줄 새는 건 실업급여 쪽만이 아니다. 연간 1조6000억원이 투입되는 국가 직업훈련도 다를 바 없다. 성과는 없고 돈만 빼먹는 ‘좀비 직업훈련기관’들이 그렇다. 고용부는 부실기관 퇴출 등의 방안을 내놨지만 이것으로 이미 복지처럼 변질된 직업훈련이 달라질지 의문이다.

먼저 보는 사람이 임자라는 보조금이 어디 농업, 노동분야뿐이겠나. 복지, 연구개발, 건설교통, 문화체육 등에도 눈먼 돈이 넘쳐난다. 이러니 올해 60조3000억원이 투입되는 국고 보조금 사업 2453개 중 정상인 게 과연 몇이나 될지 의문이다. 보조금 배후엔 반드시 공무원이 있다는 구조적 문제까지 생각하면 더 그렇다. 보조금 비리는 발본색원해야 마땅하지만 이에 앞서 불요불급한 보조금을 과감히 철폐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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