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재혁 기자 ]
닥터 스트레인지는 미국 마블출판사의 만화 영웅 중 가장 독특하다. 대부분의 초인 영웅이 과학지식이나 육체적으로 우월한 능력을 발휘하는 데 비해 닥터 스트레인지는 유체이탈과 염력 등 초자연적인 능력으로 물리적인 한계를 극복한다. 잠재능력을 극대화해 시공간 차원을 이동하거나 모든 존재를 소멸시키는 시간의 본질을 통제해 절대악에 맞선다.
25일 개봉한 할리우드 대작 ‘닥터 스트레인지’(감독 스콧 데릭슨)는 할리우드 슈퍼 영웅 중 처음으로 서구 과학에 아시아의 지혜를 융합한 캐릭터다. 닥터 스트레인지가 초인 영웅으로 탈바꿈하는 곳도 네팔 수도 카트만두다. 자동차 사고로 손의 신경계가 망가진 천재 외과의사 스트레인지(베네딕트 컴버배치 분)는 현대의학으로 손을 치료하지 못하게 되자 소문을 듣고 카트만두로 떠난다. 그곳에서 그는 스승을 만나 세상을 구원할 수 있는 힘을 얻게 된다. 서구의 과학이 봉착한 한계를 동양의 지혜로 돌파하는 이야기다.
스트레인지의 능력은 아이언맨과 헐크, 토르 등 역대 마블의 슈퍼히어로를 능가한다. 몸과 영혼을 분리하는 유체이탈로 죽음의 위기를 曼므構? 염력을 통해 시공간을 자유자재로 뛰어넘는다. 시간을 되돌리고, 특정 시간을 가둬 같은 순간이 영원히 반복되게 할 수도 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세상에서 가장 강한 존재란 바로 시간이란 진리를 일깨워준다. 모든 존재를 소멸시키고 마는 시간 앞에서는 거대한 악당조차 어린아이에 불과하다. 인류 역사의 모든 절대 권력자도 ‘영원불멸’의 욕망을 실현하지 못했다. 극중 악당 케실리우스도 영원불멸을 꿈꾸지만 고금의 진리를 벗어날 수는 없다. 스트레인지가 시간을 통제할 수 있다고 해서 시간을 벗어난 초월자는 아니다. 그는 시간에 순응함으로써 시간의 힘을 빌려쓴다.
스트레인지의 초자연적인 힘은 서구 과학으로는 설명할 수 없기 때문에 극중에서 마법으로 불린다. 그는 뛰어난 마법사다. 하이라이트는 마법을 놀라운 비주얼로 보여준다는 점이다. 염력에 따라 웅장한 건축물이 눈 깜짝할 사이 접히거나 펼쳐지고, 해체되거나 복원된다. 히말라야에서 런던의 한복판으로 연결되는가 하면 과거에서 미래로, 다시 현재로 순간이동을 한다. 영화는 상상을 그대로 영상으로 복원한다.
스트레인지는 변화무쌍한 모험을 통해 매력적인 인간으로 변화한다. 자신밖에 몰랐던 오만하고 독선적인 천재는 시련을 통해 타인을 진정 사랑할 줄 알게 된다. 스트레인지 역 베네딕트 컴버배치는 까칠하지만 연민을 자아내는 캐릭터를 만들었다. 닥터 스트레인지는 2018년 개봉 예정인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에 합류해 새로운 어벤져스 멤버가 된다.
유재혁 대중문화전문기자 yoo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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