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IT기업에 이어 힐튼호텔까지…중국 하이난그룹 'M&A 포식자'로 급부상

입력 2016-10-25 18:45  

올들어 200억달러 규모 인수

힐튼 지분 인수 '최대주주'로
보잉기 2대로 시작한 항공사…금융위기 이후 M&A로 급성장
계열사 대부분 부채비율 높아…'승자의 저주' 우려도



[ 베이징=김동윤 기자 ] 중국 4위 항공사인 하이난항공(HNA)을 거느리고 있는 HNA그룹이 미국 호텔체인인 힐튼호텔을 인수한다.

HNA그룹은 올 들어 스위스 최대 기내식업체 게이트그룹, 호주 2위 항공사 버진오스트레일리아, 미국 정보기술(IT)업체 잉그램마이크로 등을 잇달아 인수했다. 올해 해외 기업 인수합병(M&A)에만 200억달러(약 23조원)를 쏟아부었다. HNA그룹이 글로벌 M&A업계의 새 포식자로 떠올랐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항공, IT, 호텔까지 인수하는 ‘식탐’

2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HNA그룹은 미국 사모투자펀드 운용사 블랙스톤이 보유하고 있던 힐튼월드와이드홀딩스 지분 25%를 인수하기로 했다. 인수금액은 65억달러(약 7조4000억원)로 전액 현금으로 지급하기로 했다. 블랙스톤의 지분율은 21%로 떨어지게 돼 HNA그룹은 힐튼호텔의 단일 최대 주주로 올라선다.

글로?컨설팅회사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 집계에 따르면 올 들어 9월까지 중국의 해외 기업 M&A는 1643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00% 급증했다. 올 들어 해외 M&A에서 가장 공격적인 행보를 보인 곳은 HNA그룹이다.

HNA그룹은 지난 2월 잉그램마이크로를 60억달러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중국 기업들의 해외 IT기업 M&A 역사상 최대 규모로 기록됐다. 이어 4월과 5월 게이트그룹과 프랑스 기내식업체 서브에어를 각각 인수, 세계 최대 기내식업체로 올라섰다. 버진오스트레일리아, 브라질 3위 항공사 아줄항공도 각각 5월과 8월에 인수해 오대양 육대주를 포괄하는 글로벌 항공사로서의 면모를 갖췄다.

이 같은 공격적인 행보 때문에 중국 재계에선 “HNA그룹이 한 달에 한 번꼴로 해외 기업을 사들인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부채 위에 지어진 제국’ 우려도

HNA그룹은 창업자 천펑(陳峰) 회장이 1993년 2억5000만위안을 조달해 사들인 보잉 737기 두 대로 출발했다. 이후 항공, 부동산 개발, 소매 유통, 호텔 등을 거느린 거대 기업집단으로 급성장했다. 작년에는 미국 포천지가 선정하는 ‘글로벌 500대 기업’에 처음 진입해 464위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해외 M&A에는 천 회장의 전략적 판단이 작용했다. 그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발발로 미국 유럽 등 선진국 경제가 휘청거리자 “지금이 해외 기업을 싸게 살 절호의 기회”라며 본격적인 해외 기업 사냥에 나섰다. 작년 2월 미국 하버드대 강연에서도 “지난 100년간 중국이 해외 기업을 사들일 파워를 가진 적이 없었다”며 “이제는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HNA그룹의 해외 M&A는 얼핏 보면 ‘문어발식 확장’으로 보이지만 하나의 산업사슬을 구축하겠다는 일관된 전략에 따른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즉 주력사업인 항공기 운항 사업을 기반으로 전방산업인 항공기 리스와 후방산업인 비행기 기내식, 호텔체인 등을 추가하는 식이다. 갈수록 증가하는 중국의 해외 여행객을 겨냥했다.

일각에서는 지나치게 빠른 M&A 속도에 우려를 제기했다. 무리한 M&A로 그룹의 재무상황이 나빠지는 ‘승자의 저주’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중국경제일보는 HNA그룹의 해외 M&A에 대해 “빚더미 위에 짓는 제국”이라며 “그룹 산하 상장사 대부분의 부채비율이 70%를 넘는다”고 지적했다. HNA그룹은 “부채비율 70%는 중국 항공업계에서는 양호한 수준”이라고 반박했다. 상하이증시 A주식 기업들의 평균 부채비율(2015년)은 약 60%다.

베이징=김동윤 특파원 oasis9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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