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개 회원국 모두 찬성해야 발효…아일랜드 등 조세피난처 반발 예상
[ 이상은 기자 ]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25일(현지시간) EU 전체에 단일 법인세제를 적용하자는 주장을 다시 들고 나왔다. 글로벌 대기업의 탈세를 막기 위해서다.
EU 집행위는 이날 28개 회원국에 통합 법인세 부과 기준(CCCTB) 등의 내용을 담은 조세 개혁안을 제안했다. 주요국 가운데 법인세율이 가장 낮은 수준(12.5%)인 아일랜드와 세율은 높지만 각종 조세협약을 이용해 세금을 깎아주는 룩셈부르크(29.22%) 등을 겨냥한 조치라는 게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유럽 각국은 1982년부터 기업의 ‘세금 쇼핑’을 막기 위해 법인세제를 통일하는 방안을 검토해왔다. EU 집행위는 2011년에도 CCCTB를 제안했으나 국가 간 의견이 달라 시행이 지지부진했다. 최근 애플 등의 탈세 논란이 커지고 룩셈부르크에서 대규모 조세회피 사례가 발견되면서 다시 세제 통일의 필요성이 부각됐다.
CCCTB가 규제하려는 가장 핵심 개념은 기업의 ‘이전가격’이다. 애플의 아이폰이나 스타벅스의 커피 등 글로벌 기업 제품은 과거와 달리 세계에서 생산, 판매된다. 부품은 A국가 하도급업체에서 사오고, 연구개발(R&D)은 B국가 법인 비용으로 하고, 브랜드 사용료는 C국가 법인에서 내며, 판매는 D국가에서 하는 식이다.
공급·판매사슬에서 특정 단계의 상품·서비스가 다음 단계로 넘어갈 때 얼마의 값(이전가격)을 치르게 하느냐를 조정할 여지가 크다. 법인세율이 낮은 나라에서 이익이 나게 하고, 세율이 높은 나라에서는 비용이 많이 발생하게 하면 총 세금을 대폭 낮출 수 있다. 한 나라에서 생산·판매가 모두 이뤄질 때처럼 세금을 부과하기 어렵고 국가 간 법인세 인하 경쟁이 벌어지는 이유다.
EU가 구상하는 새로운 세제는 자산의 감가상각 규칙과 세금감면 비용 유형 등을 정형화해서 ‘과세 가능한 이익’ 계산법을 통일하고, 발생이익을 배분하는 방법을 정형화하는 것이다. 이익·비용 조정을 통한 절세를 막으려는 취지다. 회원국 간 이중과세를 방지하고 기업에 부채 대신 자본을 조달하도록 유도하는 내용도 담았다. 2011년에는 이런 방법을 권고하는 수준이었으나 이번엔 연매출 7만5000유로(약 9250만원) 이상인 유럽 내 모든 법인에 의무적으로 적용하자고 제안했다.
집행위는 구체적인 세율은 정하지 않고 회원국 권한으로 남겨둘 것이라고 밝혔다. 통일된 시스템을 갖추면 EU에 대한 투자가 3.4% 늘어나고 역내 총생산(GDP)도 1.2% 증가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일부 회원국에서는 조세 주권을 해치고 이전가격 계산 등을 위한 행정력 소모가 클 것이라고 주장했다.
개혁안은 EU 28개 회원국이 모두 찬성해야 발효된다. 집행위는 실행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개혁안을 계산법 부문과 이익배분 부문 두 개 패키지로 나눠 통과시킬 계획이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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