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노골적으로 '시진핑 띄우기'…1인 지배체제 구축 속도내나

입력 2016-10-26 17:55  

Wide & Deep - 6중전회 계기로 장기집권 밑그림

인민일보 "강력한 지도자 필요…시 주석, 이미 자질 인정받아"
마오쩌둥 이후 첫 '영수' 호칭 써

부패 혐의로 정적들 잇단 낙마 …최고지도부 상무위원 대폭 교체
집단지도체제 약화시킬 수도



[ 베이징=김동윤 기자 ] 중국 공산당 제18기 중앙위원회 6차 전체회의(6중전회)가 열리는 가운데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보도가 베이징 정가와 외교가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인민일보는 중국 공산당의 중요한 정책 변화를 엿볼 수 있는 핵심 창구로 인식된다. 그런 인민일보가 6중전회 기간에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겸 공산당 총서기의 강력한 리더십을 찬양하는 보도를 잇달아 내보내고 있다. ‘덩샤오핑(鄧小平) 이후 가장 막강한 지도자’라는 평가를 받아온 시 주석이 공산당 차기 지도부를 선출할 내년 하반기 19차 당대회를 앞두고 ‘1인 지배체제’ 구축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연일 ‘강력한 리더십’ 찬양

인민일보 자매지 인민논단은 최신호에 중국인 1만5596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대다수 응답자는 ‘국가주권과 안보 수호를 위해서는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5점 만점에 4.5점)했다고 이 잡지는 전했다.

인민논단은 “중국이 전략적 변화와 위험이 존재하는 시기에 다시 대국이 되기 위해서는 ‘영수(領袖)’가 필요하다는 게 국민의 생각”이라며 “시 주석은 당 간부와 국민 사이에서 이미 영수로 인정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치 전문가들은 인민논단이 ‘영수’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에 주목하고 있다. ‘우두머리’라는 뜻의 영수는 중국 사회에서 건국의 아버지로 불리는 마오쩌둥(毛澤東) 전 주석 이후에는 사용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인민일보는 지난 24일자 1면 평론에서 “1980년 제11기 중앙위원회 5차 전체회의에서 ‘당내 정치생활에 관한 약간의 준칙’이 통과됐지만 이제 새 준칙으로 더 강하고 힘있는 ‘핵심 지도자’가 중국을 이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내 정치생활 준칙’은 2조에서 공산당의 중요 의사결정은 상무위원 간 집단토론을 거쳐 결정한다는 것을 요지로 하는 ‘집단지도체제’를 명시해놨다. 인민일보의 ‘새 준칙’ 언급은 시 주석의 1인 지배체제 강화를 시사하는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권력 강화 행보해온 시진핑

대의제 민주주의를 채택한 서구 국가와 달리 중국은 국가주석 겸 당 총서기의 강력한 리더십에 대한 국민의 요구가 높은 편이다. 그런데도 최근 인민일보 보도를 예사롭지 않게 보는 것은 시 주석이 취임 이후 보여온 행보 때문이다.

중국은 시진핑 정부 출범 이후 신설된 4개 영도소조(위원회)를 포함해 총 20개 영도소조를 통해 개혁정책을 추진해왔다. 이 중 7개 영도소조의 조장(위원장)을 시 주석이 맡았는데 이를 두고 “상무위원 간 업무 분장 관례에 어긋난다”는 평가가 나오기 시작했다.

‘반(反)부패’를 명분으로 저우융캉(周永康) 전 공산당 상무위원 겸 정법위원회 서기, 링지화(令計劃) 전 공산당 통일전선부장, 쉬차이허우(徐才厚) 전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 등 정적을 잇달아 낙마시킨 것 역시 시 주석이 1인 지배체제를 구축하려 한다는 관측에 힘을 실어줬다.

중국 정치를 연구하는 서구 정치학자들도 시 주석으로의 권력집중 현상에 주목하고 있다. 장쩌민·후진타오 전 주석 시절까지 중국 국가주석 겸 당 총서기는 ‘상무위원이라는 동급자 중 1인자’라는 평가를 받았다. 중국 정치전문가 조지프 퓨스미스 미국 보스턴대 교수는 그러나 “시 주석은 최소한 ‘동급자 중 1인자’보다 더 높은 위치에 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집단지도체제 폐기하나

시 주석 1인 지배체제 구축과 관련해선 크게 두 가지 시나리오가 나오고 있다. 우선 내년 하반기 열리는 19차 당대회 때 중국 공산당이 집단지도체제의 상징인 상무위원 권한을 대폭 약화시키거나 폐지하는 것이다. 내년에 교체되는 5명의 상무위원 후임자 대부분을 자신의 측근으로 채워 상무위원회를 사실상 ‘거수기’로 만드는 것이 유력한 방법으로 거론되고 있다. 중국 공산당은 지도부 인선 때 ‘7상8하(七上八下·67세는 유임하고 68세는 은퇴한다)’라는 관례를 적용해왔다. 이를 따르면 현 상무위원 7명 가운데 시 주석(63)과 리커창 총리(61)를 제외한 5명은 내년에 모두 물러나야 한다.

다음으로 시 주석이 주석 임기가 끝나는 2022년 이후에도 당 총서기직을 유지하면서 장기 집권체제로 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당 총서기는 임기가 없지만 7상8하 관례에 따르면 시 주석은 2022년에 69세가 돼 더 이상 당직을 맡을 수 없다. 이 때문에 내년 상무위원 인선 때 최측근으로 꼽히는 왕치산(王岐山·68)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 겸 상무위원을 유임시키는 ‘선례’를 만듦으로써 시 주석 자신도 2022년 이후 당 총서기직을 유지할 길을 열어놓을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하지만 시 주석의 권력 강화가 집단지도체제 폐지로까지 이어지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베이징의 한 외교소식통은 “최근 중국 정치학자 대다수는 집단지도체제가 건재하며, 쉽게 바뀌기 어려울 것이라는 평가를 내렸다”고 전했다.

장쩌민 전 주석 등 중국 정치 원로들도 집단지도체제 폐지를 용인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일각에선 장 전 주석이 시 주석의 1인 지배체제 구축을 견제하고 나섰다는 관측도 나온다.

중화권 매체 보쉰은 지난 3월 시 주석 퇴진을 요구한 서한에 연루됐다는 혐의로 일선 퇴진설이 제기된 장춘센(張春賢) 전 신장위구르자치구 서기가 이달 중순 당 건설영도소조 부조장에 선임된 것을 그 근거로 제시했다. 장 전 주석이 시 주석의 연임 시도를 저지하려고 당 내규 개정 작업을 담당할 당 건설영도소조에 자신의 심복인 장 전 서기를 투입했다는 것이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시 주석의 권력이 후진타오 전 주석보다 강화된 것은 사실이지만 1인 지배체제로 갈 정도로 권력이 집중됐다고 보기 힘들다”며 “중국이 집단지도체제를 폐지할 만한 명분이나 긴박한 상황이 있는 것도 아니다”고 분석했다.

베이징=김동윤 특파원 oasis9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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