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진석 기자 ] ‘오늘은 우리가 축제를 즐기는 날’ ‘기 팍팍!’ ‘괜찮아, 다 잘 될거야.’
프로야구단 NC 다이노스의 더그아웃 뒤 출입구에 걸려 있는 화이트보드에 적힌 글귀다. 선수들이 서로를 격려하는 글을 적도록 한 김경문 감독(60·사진)의 아이디어였다. 효과가 있었다. NC는 지난 25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LG 트윈스를 8-3으로 꺾으면서 시리즈 전적 3승1패로 한국시리즈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NC가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것은 2011년 창단 이후 처음이다. 2013년 1군 진입 4년째에 거둔 쾌거이기도 하다. 김 감독의 ‘인자한 아버지 리더십’이 주목받는 이유다.
2014년 정규리그 3위, 지난해 정규리그 2위로 꾸준히 상승계단을 밟아온 NC는 올해 큰 악재를 여럿 만났다. 에릭 해커, 재크 스튜어트(이상 미국) 등 핵심 투수들이 부상으로 마운드를 등진 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검찰 조사 끝에 선발투수 이태양이 승부조작에 가담한 것으로 드러나 팀을 떠났다. ‘토종 에이스’ 이재학도 같은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시즌 말에는 에릭 테임즈(미국)가 음주 운전으로 물의를 일으켜 출전 금지를 당했다.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플레이오프가 열렸다. 야구계에서는 NC의 패배를 점치는 시각이 많았다. 여기에 김 감독의 리더십이 빛났다. 그동안 ‘엄한 아버지’로 정평이 나 있던 김 감독이 웃기 시작했다. 두산 시절부터 김 감독과 함께한 NC 주장 이종욱도 “감독님이 유독 많이 웃고 선수들을 편하게 대한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침체된 팀 분위기 쇄신을 주도하면서 “어려운 때일수록 뭉치자”고 강조했다. 감독의 미소와 격려 속에 선수들도 제 실력을 꺼내보였다. 주축 투수가 빠진 틈으로 젊은 선수들이 고개를 내밀었다. 정수민 구창모 장현식 등 신인과 불펜에서 선발로 전환한 최금강이 마운드를 지키며 승리를 도왔다.
두산에서 코치, 감독을 지내다가 NC 지휘봉을 잡은 김 감독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야구 금메달을 끌어낸 명장이다. 하지만 우승과는 인연이 없었다. 두산 시절 2005, 2007, 2009년 한국시리즈에 진출했지만 준우승에 머물렀다. 올해 한국시리즈 상대는 김 감독의 친정팀인 두산이다. 김 감독의 인자한 아버지 리더십이 자신과 팀의 한국시리즈 첫 우승으로 이어질지 야구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국시리즈 1차전은 오는 29일 오후 2시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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