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중소형주 바닥 쳤다"
매출 300억 이하 투자제한 폐지
[ 유창재 / 김우섭 기자 ] 국민연금이 연말까지 국내 주식시장에 1조원의 투자자금을 풀기로 하면서 ‘국민연금발(發) 훈풍’에 시장의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주식형펀드에서 자금이 빠르게 이탈하고 빚을 내 주식을 사는 신용융자가 한계치에 달한 시장 상황이 다소나마 개선될 것이란 예상에서다. 특히 시가총액과 매출액 등이 작은 종목에 대한 투자 제한을 폐지하기로 하면서 주가가 크게 떨어진 중소형주와 코스닥시장이 모처럼 활기를 되찾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중소형주 밸류에이션 매력”
국민연금은 현재 선정 작업을 하고 있는 가치형, 액티브퀀트형(계량모델로 업종별·종목별 비중을 조절해 수익을 추구하는 펀드), 중소형주형 위탁운용사에 연말까지 약 1조원의 자금을 집행(운용 위탁)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실사와 면접을 거쳐 다음달 11일 10개 안팎의 운용사 선정을 완료한 뒤 바로 자금 집행을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국민연금은 증시가 조정받고 있는 지금이 좋은 주식을 저가에 매입할 기회라고 판단하고 있다. 중장기적으로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국내 주식 비중을 줄인다는 자산배분 전략에도 불구하고 1조원을 시장에 전격 투입하기로 결정한 이유다.
국민연금은 작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중소형주 조정이 어느 정도 마무리된 것으로 보고 있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작년 6월 각각 16.6배와 11.57배에 달했던 국내 중형주와 소형주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10월 현재 9.9배와 7.74배까지 떨어졌다. 국민연금 주식운용실 관계자는 “아직도 조정을 받고는 있지만 곧 저가 매수를 시작할 시점”이라며 “중소형주는 분명히 밸류에이션(기업 가치 대비 주가) 매력이 있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이 위탁운용사들에 복제율 상향을 요구하면서 중소형주 시장을 짓누르던 물량 부담도 해소됐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운용사들이 20~50%의 복제율 가이드라인을 대부분 맞췄다”며 “국민연금이 중소형주 시장에 미친 부정적인 영향은 사라졌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코스닥 유망주 빛 보나
국민연금이 △시가총액 1000억원 이상 △매출 300억원 이상 △반기 하루평균 거래대금 5억원 이상 종목에만 투자해야 한다는 투자 지침을 폐지하기로 한 점도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국민연금은 그동안 “중소형 종목을 모두 분석할 수 있는 내부 인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직접 투자에 대해 이 같은 투자 지침을 유지해왔다. 이 때문에 국민연금이 직접 운용하는 50조원으로 투자할 수 있는 종목은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을 합쳐 260여개에 불과했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이번 투자 지침 폐지 ?유가증권시장에서 300여개, 코스닥시장에서 700여개 종목이 투자 가능한 종목으로 편입됐다”며 “숨겨져 있던 유망 성장주를 발굴하기 위해 내부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중소형주 펀드매니저는 “1년여간 이어진 중소형주 조정 장세에서 펀더멘털(기초체력)과 관계없이 주가가 빠진 종목이 상당히 많다”며 “국민연금이 직접 투자를 통해 이 시장에 진입하기로 한 이상 코스닥시장에도 주도주가 생겨나면서 시장이 안정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매니저는 “관건은 자금을 집행하는 속도”라며 “연말까지 천천히 자금을 집행하는 것보다는 한꺼번에 돈을 풀어야 시장에 주는 긍정적 영향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창재/김우섭 기자 yooc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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