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짓밟혀"…학생 이어 교수 시국선언도 확산(상보)

입력 2016-10-27 15:01   수정 2016-10-27 19:30



[ 김봉구 기자 ] 비선 실세 최순실씨(최서원으로 개명)의 국정개입 파문에 대학 교수들이 시국선언에 나섰다. 각 대학 총학생회 등 학생들의 시국선언도 이어지고 있다. 시국선언 동참 릴레이가 대학가 전체로 번질 것으로 예상된다.

성균관대 교수 20여명은 27일 서울 인문사회과학캠퍼스에서 발표한 시국선언문에서 이번 사태를 “대통령이 권력을 사적으로 남용하고 국기를 문란한 비정상적 사태”로 규정하면서 “현재의 대통령은 국가를 이끌 수 있는 능력과 양심을 갖추지 못했다고 판단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교수들은 “탄핵이 마땅하지만 임기가 1년여밖에 남지 않았고, 주요 현안들이 산적한 상황에서 탄핵 논쟁만이 바람직한 선택이 아닐 것”이라고 전제한 뒤 “대통령은 가능한 빨리 내각과 청와대 비서진을 전부 사퇴시키고 거국적 중립 내각을 구성, 개헌은 물론 모든 국정에 관한 관리를 새 내각에 일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랏일을 걱정하는 성균관대 교수 일동’ 명의로 낭독한 선언문에서 성대 교수들은 “이것이 더 이상의 사회 혼란과 국격(國格) 추락을 방지하는 길”, “이 제안을 받아들일 때 대통령으로서 그나마 나라에 마지막으로 봉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북대 교수들도 이날 대통령 하야를 요구하는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최근까지 정부의 임용 제청 거부로 2년 넘게 총장 공석 사태를 빚은 이 대학 소속 교수 50명과 비정규 교수 38명은 ‘민주주의를 사수하고자 하는 경북대 교수 일동’ 명의로 “민주주의를 짓밟고 국정을 파탄시킨 박근혜 대통령은 하야하라”며 성명을 냈다.

이들은 “미르재단·K스포츠재단 관련 각종 비리와 대통령 연설문·국무회의 자료 사전 유출 등 ‘최순실 게이트’는 민주적 통치 체제의 기본을 무너뜨린, 경악을 금치 못할 국기 문란 사태”라고 주장했다.

이어 “국정농단과 국기 문란 책임은 대통령에게 있다”면서 “국민 자존심에 상처를 입히고 국가를 혼란에 빠뜨린 당사자인 박근혜 대통령이 모든 책임을 지고 하야하는 것이 국가와 민족을 위해 봉사할 수 있는 마지막 길”이라고 역설했다.

앞서 전날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민교협) 청주대 분회 소속 교수들 역시 성명을 내고 “대통령은 스스로 하야하든지, 그것이 초래할 혼란이 우려된다면 국회가 천거한 신망 있는 인사를 총리로 임명해 국정을 일임해야 한다”며 결단을 촉구했다.


앞서 각 대학 총학생회 등 학생들이 잇따라 시국선언을 한 데 이어 교수들까지 움직인 것이다. 서울대 민교협이 시국선언에 대한 교수들 의견을 모으는 등 여러 대학 교수들이 시국선언 동참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대학 교수들이 대규모로 연이어 시국선언 하는 것은 1년여 전인 지난해 역사교과서 국정화 파문 이후 처음이다.

대학생들의 시국선언 참여도 잇따르고 있다. 고려대·한양대·KAIST(한국과학기술원) 등 여러 대학이 이날 시국선언에 나선다. 한국외대 학생들도 28일 학내 본관 앞에서 ‘2016,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국가가 아니다’ 제하의 성명을 발표할 예정이다.

당초 이날 관악캠퍼스 대학 본관 앞에서 시국선언을 할 예정이었던 서울대 학생들의 경우 해당 일정을 취소했다. 의견 수렴을 거쳐 선언문을 가다듬은 뒤 다시 일정을 잡기로 했다.

전날 박 대통령의 모교인 서강대 학생들은 시국선언을 통해 “선배님께서는 더 이상 서강의 이름을 더럽히지 말라”고 요구한 바 있다. 최씨의 딸 정유라씨에 대한 각종 특혜 의혹으로 홍역을 치른 이화여대 학생들도 박 대통령의 2012년 대선 슬로건을 인용해 “우리는 ‘최순실의 꿈이 이루어지는 나라’에 살고 있다”고 비판했다.

학교 소속과 무관하게 대통령을 규탄하는 학생들의 기습시위도 연달아 일어났다.

전날 국회의사당 본관 계단에서 대학생 4명이 박 대통령을 탄핵하라며 시위하다 경찰에 연행됐다. 27일엔 지방자치의 날 기념식 참석차 부산 벡스코를 방문한 박 대통령을 향해 대학생 6명이 현수막을 펼치며 하야를 요구하는 기습시위를 벌였다. 이중 2명은 미신고집회 현행범으로 경찰에 체포, 연행됐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영상=김광순 한경닷컴 PD gasi012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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