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서 국제부 기자/ 이상홍 인턴기자) 혹시 홍콩할매귀신을 아십니까. 제 옆에서 일하고 있는 스물다섯살의 인턴은 잘 모른다고 하더군요. 서른 후반의 저는 홍콩할매귀신 때문에 오싹했던 기억이 생생한데 말입니다. 1990년대 초반 전국의 ‘국민학생’들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괴담의 주인공은 이렇게 잊혀지나 봅니다.
위키백과에 따르면 홍콩할매귀신은 수미터를 뛰어오를 정도로 날쌨으며 아이들에 이것저것을 물어본 뒤 결국 살해했습니다. 고양이를 너무 사랑했던 할머니가 홍콩여행을 갈 때 가방 안에 몰래 숨겨 갔는데 비행기 추락사고로 둘의 영혼이 합쳐졌다, 이후 할머니는 밤중에 아이들을 습격하고 다니게 됐다, 죽지 않으려면 손톱과 발톱을 내놓지 말아야 한다, 이런 내용이 홍콩할매귀신을 둘러싼 이야기입니다.
당시에는 어린이 유괴가 사회적인 문제로 부각됐고, 홍콩에서 괴기영화가 유행했던 시절인데다 비행기 추락사고도 많아 이런 괴담이 등장했다는 분석이 있습니다.
홍콩할매귀신 이야기를 장황하게 늘어놓은 이유는 미국에서도 이런 식의 괴담 때문에 무서워서 잠을 못 이루는 아이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미국에서는 어릿광대 복장을 한 사람들이 납치와 살인을 일삼는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공포 ?번지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앨라배마, 버지니아, 플로리다, 콜로라도 주 등에서 무서운 가면을 쓴 광대가 출몰하고 있다는 신고가 경찰에 수차례 접수됐습니다. 온라인에서는 길거리를 배회하는 광대 동영상 등과 함께 ‘광대가 사람을 위협하고 납치해 살인까지 한다’는 괴담이 급속도로 번지고 있지요. 예사롭지 않습니다. 최근 기사 제목들을 볼까요.
△(9월20일) ‘광대 출몰’ 소문에 美 앨라배마 학교들 휴교 잇따라
△(10월11일) ‘엽기 어릿광대’ 미국 휩쓴 뒤 영국·호주서도 난동
△(10월12일) 美 ‘광대 괴담’에 맥도날드 ‘광대 캐릭터’ 노출 자제
△(10월 12일) ‘광대괴담’ 확산에 진짜 피에로들 울고 있다
△(10월17일) 핼러윈 데이 ‘광대 공포’ 확산…유럽 이어 뉴질랜드에도 상륙
△(10월18일) ‘광대 괴담’에 美 유통회사 타깃, 광대 가면 판매 중단 ….
급기야 미국 학교들은 오는 31일 핼러윈 축제에서 광대 복장을 금지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습니다. 핼러윈 축제날에는 유령이나 괴물 분장을 하고 집집마다 사탕을 얻으러 다니거나 파티를 엽니다. 이때 광대 복장을 입고 돌아다니지 말라는 이야기입니다. 웨스트버지니아주 해리스 카운티에 있는 웨스트밀퍼드 교육청장은 “학생과 학부모 교직원들께서는 광대 복장과 마스크, 페이스 페이팅 등을 금지한 규정을 따라달라”고 말했습니다.
미시시피주의 캠퍼 카운티에서는 핼러윈이 끝날 때까지 광대 복장이나 마스크, 분장을 금지하는 조례를 만들었습니다. 어기면 벌금이 최대 150달러(약 17만 ?입니다. 이상홍 인턴기자는 미국 캘리포니아 UC버클리에서 공부를 하다 한국경제신문에서 일하고 있는데 학교 친구에게 현실이 어떠냐고 물어봤더니 다음과 같은 답장이 왔습니다.
“운좋게도 저는 아직 한 번도 광대를 마주친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버클리에서는 지난 한 달 동안 5번의 광대 목격이 보고됐습니다. 아주 제정신이 아닙니다. 저희 지역에서 아직 광대와 관련한 범죄는 일어나지 않았지만 광대의 존재 사실 자체만으로도 너무 두렵습니다. 밤에 혼자 걸을 때면 극도의 불안함을 느낍니다. 너무 무섭습니다.
제 친구는 실제로 광대 한 명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그녀는 그 광대가 그 동안 마주쳤던 것중에서 가장 무서운 것 중에 하나였다고 말했습니다. 저는 광대복장을 금지하는 것이 적절한 처사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최근 광대 복장을 한 사람들이 범죄를 저지른 경우도 있고, 사람들의 공포심을 먹이 삼는 것은 전혀 즐겁지 않기 때문입니다.” 자넷 김(21·UC Berkeley 3학년)
어린이뿐만 아니라 대학생도 이 정도입니다. 보통 문제가 아니라는 느낌이 드십니까. 장난이라며 광대옷을 입고 사람들에게 공포를 주는 동영상도 유튜브에는 다수 올라와 있습니다. 그나마 수위가 낮다는 동영상 링크를 하나 걸어드립니다. (먼저 경고드립니다. 무서운 영화를 싫어하시는 분들은 클릭하지 말아주세요.)
미국에서는 왜 광대괴담이 퍼지고 있는 걸까요. 아직 딱 떨어지는 분석은 없습니다. 유튜브를 통해 관심을 끌고 싶은 사람들이 늘어 뎠?때문이라는 설명도 있습니다. 지난 8월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서 광대 복장을 한 사람들이 어린이들을 숲으로 납치한다는 소문이 증폭됐다는 보도도 나옵니다. 영화 배트맨의 악당 조커도 광대 분장을 했지요. 선천적으로 광대 복장에 공포를 느끼는 광대공포증도 있습니다. 광대는 논리가 없이 행동하기 때문에 불확실성을 증폭시키고, 가면 뒤의 실체를 모른다는 것도 공포를 조장하지요. 정확한 이유는 아직 모르겠습니다만, 저도 섬짓하네요. (끝) /cosm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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