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평형수 설비 시험·검증기술 개발…한국선급, 해외 신시장 개척 '순항'

입력 2016-10-30 15:48  

그린십 기자재 시험
세계최초 인증센터 구축
이란·브루나이와 합작도



[ 부산=김태현 기자 ]
한국선급(KR)이 조선과 해운업의 침체 속에도 해외 신시장 개척과 첨단 해양 기술을 개발해 경쟁력 강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첨단 검사 기술력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선박평형수 처리설비 독립시험기관, 그린십 기자재시험 인증센터로 자리 잡고 있는 데다 해양산업 클러스터를 출범시켜 경쟁력을 갖춘 기술강국 만들기에 주력하고 있다. 이란과 브루나이 등 해외 신시장 개척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한국선급이 주력하고 있는 업무는 국내 해사산업의 국제경쟁력 및 부가가치 제고를 위한 기술 지원이다. 해사업계 최대 화두인 선박평형수 관리협약 발효와 관련한 한국선급의 기술개발은 국내 기자재 업체에도 큰 힘이 되고 있다. 한국선급은 지난해 미국해안경비대(USCG)로부터 선박평형수 처리설비(BWMS) 독립시험기관으로 지정돼 미국 형식승인 기준에 따라 시험과 검증을 수행하고 있다. 미국이 자국 기관 외에 타국 단체를 독립시험기관으로 지정한 것은 아시아에서는 처음이며 세계적으로도 두 번째다. 그만큼 한국선급의 뛰어난 기술력을 공인받은 쾌거라고 한국선급 측은 설명했다.

한국선급은 선박평형수 시장 잡기에 공을 들이고 있다. 올해 국내 선박평형수 처리설비 제작 업체들의 USCG 형식 승인을 위해 세계 최대 처리용량의 선박평형수 육상시험용 탱크 4기를 구축했다. 선박평형수 시험기관의 리더로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다. 신속한 시험검증을 할 수 있어야 국내 제작업체들이 생산하는 제품의 품질을 평가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선급은 친환경고효율 선박의 중요성이 커져가자 기술선도에 나섰다. 지난해 세계 최초로 조선기자재의 시험인증을 할 수 있는 ‘그린십 기자재 시험인증센터’도 구축해 검사업무와 기술력을 지도하고 있다.

한국선박은 국내 해사업계의 동반성장을 위한 가교 역할에도 앞장서고 있다. 지난해 말 부산에서 해운, 조선, 기자재, 금융, 학계 등이 참여한 해양산업통합클러스터를 출범시켰다. 조선소와 기자재업체들과 기술개발 및 연구협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맥 네트(Mac-Net)로 불리는 이 클러스터에서 한국선급은 운영위원회 소속으로 사무국을 맡았다. 상호협력과 상생문화, 혁신창출을 3대 가치로 정하고 ‘글로벌 미래해양시대의 주도’를 비전으로 삼고 있다. 한국선급 관계자는 “산업 간 정보교류, 공동 연구개발, 제도개선 및 법제화를 건의하는 활동을 통해 해양산업 전체의 균형적 발전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선급은 해외 신시장 개척에도 힘을 쏟고 있다. 올해 초 이란 제재가 해제된 직후 이란 국영선사의 선박 27척, 200만t을 등록 유치하는 성과를 거뒀다. 경제제재로 인해 미국과 유럽 등 다른 나라의 선급들이 모두 이란을 떠났을 때, 한국선급은 계속 테헤란 지부를 유지하며 정기적으로 고객선사를 방문해 관계를 유지한 덕택이다. 현지 파트너인 이란선급에 기술세미나와 검사원 교육을 하는 등 협력을 지속하며 ‘어려울 때 곁에 있어준 친구’로서 이란 해운시장으로부터 신의를 얻었기에 가능했다. 한국선급이 제재 기간에 이란 해사업계와 쌓아온 신뢰관계는 세계를 향해 문을 다시 열어젖힌 이란시장에서 큰 경쟁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선급은 이란과 브루나이에서 현지 합작회사를 설립해 육·해상플랜트 설비 인증 및 엔지니어링 서비스 사업에도 진출했다. 이란은 제재 해제를 계기로 원유 및 가스 증산을 위한 대규모 설비 개·보수 및 신규 투자를 필요로 하고 있다. 브루나이도 국가 경제의 90% 이상을 석유와 가스산업이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육상과 해상에 산재한 시추, 생산설비의 관리가 중요해서다. 한국선급 관계자는 “이란과 브루나이 플랜트 시장에서 얻게 될 노하우는 한국선급과 국내 기업이 세계 플랜트 설비 검사·인증 시장을 개척해나가는 데 큰 자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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