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250여곳이 둥지 틀어 연구장비·각종 정보 공유
원천기술 상품화에 최적…해양·기계·토목에서 강점
[ 부산=김태현 기자 ]
29일 오후 10시께 부산 남구 용당동에 있는 부경대 용당캠퍼스. 이곳에 들어서니 건물마다 불이 켜진 곳이 많았다. 지난 9월7일 문을 연 ‘연구마을’의 은하수산 사무실에는 이현우 대표와 양지영 식품공학과 교수가 협력하는 수산어류를 활용한 편의식 상품화 기술 개발이 한창이었다.
양 교수는 “연말까지 집에서 바로 조리해 먹을 수 있는 바다장어덮밥 등 수산가공식품 개발을 끝내기 위해 시험 중”이라고 말했다. 대학이 산학협력과 창업의 산실로 자리잡으면서 회사원 수백명이 붐비는 장소로 탈바꿈하고 있다.
부경대는 중소기업이 대학에 둥지를 틀고 전문지식을 갖춘 교수와 함께 신제품을 만드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중소기업은 대학 내 한 곳에 모여 교수 등 전문가를 자문하고, 입주업체들은 상호 정보를 교환하며 협력할 수 있다. 핵심기술 개발과 마케팅, 금융과 인력, 경영, 법률 등의 컨설팅지원 체계도 구축했다. 대학 측은 학생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용당캠퍼스에 산학협력 건물이 들어선 때는 1999년. 35개사 70여명이 25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현재 250여개 기업에 700여명이 300억원을 벌어들이는 캠퍼스로 탈바꿈했다. 철저한 검증을 통해 입주가 허락된 기업들이어서 성공 확률이 높고 이 같은 성과를 낼 수 있었다고 대학 측은 설명했다.
부경대는 대학과 지역, 국가의 미래는 산학연 협력에 달렸다고 판단하고 있다. 우선 산학관 시설을 늘려 상품화하는 데 주력하고 나섰다. 산학연 중심 건물 6개동에는 창업지원센터, 창업보육센터, 창업지원단, 공학종합실습센터, 종합복지관, 산학협력관, LED-해양융합기술연구센터와 방사선과학기술연구소, 대학산학연 연구단지 조성사업단(URP) 등이 둥지를 틀었다.
동남권 유일의 신기술창업집적지역과 연구개발특구로 지정되기도 했다. 과학기술융합전문대학원과 기술경영전문대학원도 들어섰고, 내년 1학기부터 과학기술정책 전문인력양성대학원도 문을 열 예정이다.
용당캠퍼스가 산학의 중심지로 자리잡고 있는 것은 산학연 체계가 구축돼 있고, 고급·고가 장비를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싼 관리비, 정보공유, 컨설팅, 창업지원 프로그램 등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에서부터 새로운 원천기술을 개발해 상품화하려는 기업에 이르기까지 최적의 형태를 갖추고 있는 점도 한몫했다.
산학협력단 관계자는 “이 같은 장점 때문에 빈 공간이 생기면 바로 다른 기업이 들어올 정도”라고 전했다.
김창수 부경대 산학협력단장은 “교육과정이 이론에서 벗어나고 기업이 필요로 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기업과 교수, 학생이 한꺼번에 대학에 모여 원천기술을 개발하고 고부가가치 贊걋?내놓으면서 일자리도 창출할 수 있는 사회맞춤형 산학협력선도대학(링크사업)의 목적을 가장 잘 달성할 수 있는 모범단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단장은 “연구인력들이 휴식을 취하면서 아이디어를 창출할 수 있는 웰빙공간 역할도 하고 좋은 중견기업과 센터, 연구소들도 자리잡으면서 동남권 산학연 혁신클러스터의 성공적인 모델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용당캠퍼스에는 해양플랜트와 해양 수산, 해양바이오 등 해양 쪽 산업이 특화돼 있고 기계와 토목, 정보통신 분야 등도 가세하고 있다. 창업에 성공한 사례도 늘고 있다.
2008년 7월 이곳에서 문을 연 CFC테라메이트의 손대희 사장은 디스플레이용 기능성 소재를 개발해 지난해 19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부경대 고분자학과 출신인 그는 은사인 박성수 공업화학과 교수를 찾아 제품 개발을 수시로 자문해 문제점을 해결했다.
외부에서 내부로 들어오는 근적외선 등의 열차단 효율이 70~80%에 이르러 에너지절감 효과가 높은 제품을 개발했다. 2013년에는 부경대에 발전기금 1000만원을 기부했다.
손 사장은 “기능성 소재 분야의 최고 기업이 되기 위해 박 교수와 함께 선택적 반사 특성을 지니는 은나노 판상체 코팅액을 개발 중”이라며 “연구실에서 밤을 새우는 후배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많이 하겠다”고 말했다.
김영섭 부경대 총장은 36만3000㎡ 규모의 용당캠퍼스를 통째로 산학연 혁신 캠퍼스로 조성하기로 했다. 이곳의 대학시설은 모두 대연캠퍼스로 2018년까지 이전하기로 했다. 용당캠퍼스를 산학협력, 창업 등의 공간으로 부산과 울산, 경남 등 기업들에 개방하겠다는 것이다.
김 총장은 “미국 실리콘밸리처럼 용당캠퍼스를 영어로 ‘드래건밸리’로 부를 수 있을 것”이라며 “대학 시설들이 대연캠퍼스로 이전하는 2018년 이후부터 1000개의 기업이 2700명의 일자리를 창출하면서 280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전국 최고의 연구개발(R&D) 메카로 도약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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