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은 앞으로 무엇을, 어떤 방법을 통해 미래 먹거리를 마련해야 하나.’ 연구개발(R&D)을 통해 지역 부가가치를 높이고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고 지역전문가와 행정가들은 입을 모은다. 조선과 해운 등 부산의 주력 산업이 끝없이 추락하고 있는 데다 노동집약적이고 미래를 짊어지고 갈 수 없는 산업은 빠르게 도태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윤일 부산시 신성장산업국장은 “글로벌 위기로 지역경제가 어렵지만 R&D 선순환적인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며 “지자체와 정부, 대학과 연구소, 기업이 힘을 합쳐 실질적으로 시장에서 먹히는 고부가가치 R&D 제품을 개발할 수 있도록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이갑준 부산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은 “부산의 인프라는 해양을 중심으로 서서히 체계를 잡아가고 있는 만큼 R&D를 통한 기술혁신 쪽으로 방향을 틀어 가치 창출에 나서야 한다”며 “제조업 업그레이드와 함께 관광 영화 등의 서비스산업과 정보통신기술의 융합 혁신을 서둘러 정착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산의 R&D 산업지도가 바다를 중심으로 신해양 경제 허브를 지향하는 모습으로 변신하고 있다. 권역별 산업 특성에 따른 연구지원시설이 집 淏?퓔庸?전략적 클러스터를 형성하고 있다.
가장 빠르게 바뀌고 있는 곳은 서부산권. 기계조선기자재자동차부품 기업이 몰리고 있다. 부산신항 근처에 14.1㎢ 규모의 부산연구개발특구가 들어서고 있다. 부산테크노파크를 중심으로 중소조선연구원 등 지역 연구기관과 한국생산기술연구원, 한국기계연구원 등 정부 출연연구원의 분원이 자리 잡았다. 선박해양 플랜트연구소의 심해공학수조가 지어지고 있는 등 기계 기반의 조선해양기자재와 자동차 부품 등의 연구개발을 위한 인프라도 안착했다. 한국신발산업진흥센터도 들어서 전통 신발산업의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부산연구개발특구의 R&D 핵심지구인 미음R&D허브단지에 더 많은 연구지원시설이 구축될 예정이다. 원광해 부산테크노파크 산업정책팀장은 “서부산 일대는 한국의 기계 기반 산업의 기술혁신을 선도하는 중심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운대를 비롯한 동부산권도 R&D 중심지로 급부상하고 있다. 해운대 센텀시티에는 부산 R&D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부산과학기술기획평가원이 들어섰고, 부산정보산업진흥원과 부산디자인센터, 부산문화컨텐츠컴플렉스 등이 포진해 영화 영상과 정보통신기술을 선도하고 있다. 방사선의과학산업단지가 들어서고 있는 기장 일대는 국립수산과학원, 동남권원자력의학원, 해양생물산업육성센터 등이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중입자가속기 및 수출용신형연구로 등의 방사선 관련 국책 연구시설이 자리 잡고 있다. 해양 바이오와 방사선의과학 산업의 중심지로 성장하고 있다.
원도심권에도 한국거래소 파생금융연구센터 등이 들어서면서 부산문현금융단지의 공공기관이 활발한 활동을 시작했다. 영도지역에도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등 해양 관련 연구기관이 들어서 다양한 해양기술과 정책을 만들어내고 있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이 입주하면 한국조선해양기자재연구원 등 지역 연구기관, 중앙동 지역의 해양 엔지니어링 기업과 연계돼 해양과학기술의 국가적 거점으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김병진 부산시 연구개발기획팀장은 “기업 연구소와 대학 산학연 연구단지를 기술혁신 거점 역할을 하도록 하고, 단순한 집적지가 아니라 연구개발부터 인력 양성, 네트워크 형성, 생산활동까지 선순환이 일어나는 혁신 클러스터로 도약시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들도 생존과 도약을 위해서는 R&D 노력이 필수적이라고 판단, 새로운 동력을 찾고 있다. 엔케이, 동화엔텍, 파나시아 등은 어려운 조선경기 속에서도 선박평형수 등 새로운 시장을 개척, 성장의 기회를 잡고 있다. 리노공업과 디오 등 전통산업에서 벗어나 반도체장비와 첨단 치과 의료제품을 개발해 지속적인 도약을 유지하고 있다. 벡스코와 세정, 대선주조, S&T모티브, 한국선급 등도 첨단제품을 업그레드하면서 새로운 글로벌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지역대학들도 체질 개선에 한창이다. 부경대는 24시간 불 켜진 R&D 중심기지 만들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용당캠퍼스를 통째로 산학연 클러스터 중심지로 조성해 한국 제일의 R&D 메카로 성장시키겠다는 의욕을 불태우고 있다. 부산대도 의과학생명산업을, 동아대는 ICT 메커트로닉스산업을 중심으로 한 연구개발에 들어갔다.
부산시와 부산울산중소기업청도 R&D 지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부산시는 인재(talent) 양성과 기술(techonology) 혁신을 통해 창조혁신 생태계를 조성해야 주민들의 일자리를 만들어 삶의 질을 높이고 글로벌 도시로 도약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TNT2030 플랜을 세우고 R&D 능력을 갖춘 기업을 총력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부울중기청도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청년들을 지원하는 ‘생애첫걸음’ 사업을 추진하고 기업에 자금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정보를 적극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부산에 본사를 둔 BNK금융그룹과 기술보증기금도 R&D 역량을 갖춘 기업에 우대 지원을 하고 새로운 도전에 나서는 기업에 기회를 부여하는 금융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과제도 적지 않다. 주수현 부산발전연구원 경제고용연구실장은 “부산의 R&D 시스템이 시동은 걸었지만 아직 효과를 내기에는 역부족”이라며 “부가가치가 큰 좋은 제품을 만들어 사업화하는 데 총력을 쏟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재 부산대 경제통상대학장은 “조만간 대학도 학생 수가 주는 만큼 산학연을 연계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기업이 중심이 돼 정부와 지자체, 연구기관이 힘을 합쳐 실물시장에서 먹힐 수 있는 글로벌 제품 만들기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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