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좌동욱 기자 ] 지난 6월 말 기준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는 173개에 달한다. PEF로 ‘대박’을 터뜨린 사례가 속출하면서 대기업 또는 금융회사 출신이 앞다퉈 뛰어든 결과다. 금융당국이 운용사 등록 요건을 자기자본 1억원, 운용 인력 2명 등으로 완화한 것도 창업 열풍을 불렀다.
업계 상위권은 개인이 창업한 독립계 운용사가 휩쓸고 있다. 랭킹 1위는 고(故)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의 막내 사위인 김병주 회장이 이끄는 MBK파트너스다. 총 운용자산 11조2000억원으로 2위인 한앤컴퍼니(3조9000억원)의 세 배에 이른다. 김 회장은 2005년 글로벌 PEF 운용사인 칼라일을 나와 MBK를 차렸다.
지난해 영국의 테스코로부터 국내 2위 대형마트인 홈플러스를 7조6000억원에 인수하면서 아시아 1위(운용자산 기준) 바이아웃(경영권 매매) 운용사로 도약했다. 현재 4조원 규모의 4호 펀드를 조성하고 있다. 그 뒤를 한앤컴퍼니와 IMM PE(3조원), 스틱인베스트먼트(2조9000억원), 스카이레이크(2조원) 등이 잇고 있다.
PEF가 현재 투자한 기업의 실적으로 따지면 한앤컴퍼니가 단연 돋보인다. 한앤컴퍼니가 투자한 5개 기업(투자 ?지 2년 이상 지난 기업)의 평균 영업이익은 250%, 매출은 153% 증가했다. 평균 투자 기간은 4년이다.
지난해 6월 세계 2위 자동차 공조 회사인 한라비스테온(현재 한온시스템)을 인수하면서 업계 선두권으로 뛰어올랐다. 같은 기준으로 영업이익 증가율 2위는 큐캐피탈(41.5%), 3위는 MBK(33.7%)였다.
PEF가 투자 중인 기업의 매출 증가율로 보면 스틱(23.2%)과 스카이레이크(23.2%)가 한앤컴퍼니에 이어 2위권으로 조사됐다. 신한은행 출신인 도용환 회장이 창업한 스틱은 벤처캐피털로 시작해 PEF 운용사로의 변신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스카이레이크는 삼성전자 사장과 정보통신부 장관을 역임한 진대제 회장이 2007년 세운 업체로, 정보기술(IT) 제조업 투자 부문에 독보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의류업체 지엔코가 대주주인 큐캐피탈은 PEF운용사 중 유일한 상장사(코스닥)다.
중견 PEF 중에서는 JKL파트너스와 린드먼아시아인베스트먼트 등이 눈에 띄는 기존 투자 실적을 앞세워 운용자산을 급속하게 불리고 있다.
해외에서는 블랙스톤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워버그핀커스, 어드벤트인터내셔널, 칼라일 등 미국계 운용사들이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세계 최대 PEF 운용사인 블랙스톤은 최근 5년간 유치한 투자금만 600억달러(약 68조원)에 달한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