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유라시아 건조한 토양, 고기압 형성해 한반도 이동
남해 수온도 이례적으로 높아…고기압이 뜨거운 남풍 유발
[ 박근태 기자 ] 올해 8월 폭염일수는 16.7일로 기상관측 체계를 갖춘 이후 가장 많았다. 이달 초에는 18호 태풍 ‘차바’가 남부 지방을 강타해 큰 피해를 입혔다. 한반도에 영향을 주는 태풍은 7~8월 집중되지만 이번 태풍은 10월에 이례적으로 온 데다 큰 피해를 입혔다. 한반도를 뒤흔드는 기상 이변의 원인은 뭘까. 한국기상학회(회장 손병주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가 31일부터 11월2일까지 부산 벡스코에서 개최한 가을 학술대회에선 한반도를 강타한 폭염 원인을 규명한 연구가 잇따라 발표됐다.
◆몽골 건조한 땅 한반도 열 공급
정지훈 전남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연구진은 올여름 한반도 지역의 기록적 폭염은 올초부터 몽골과 유라시아 중북부에 형성된 건조한 토양이 원인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올 폭염은 7월 하순부터 2주간 몽골 부근에 머물던 고기압이 뜨거운 공기를 한반도에 공급하며 이어졌다. 연구진은 올해 유라시아 중북부 지역인 카스피해부터 몽골에 이르는 광범위한 지역에 ?토양 건조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난 것을 확인했다. 겨우내 몽골에 내린 눈이 예년보다 빨리 녹아 땅에 흡수되는 복사에너지가 증가하면서 수분이 빨리 증발했고 결국 여름철 마른 토양이 대기 하층을 가열시켜 고기압을 형성했다는 설명이다. ‘지면 대기 상호작용’ 현상이 올 한반도의 기록적 폭염을 가져왔다는 분석이다.
과학자들은 동아시아 지역에는 잘 나타나지 않는 현상이란 점에 주목하고 있다. 정 교수는 “캄차카 반도에 고기압이 형성되면서 대기 흐름이 장기간 정체됐고 몽골과 중북부 유라시아 지역이 평소보다 건조해 이번 폭염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남해 바닷물의 수온 상승도 기록적인 폭염에 영향을 줬다. 함유근 전남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와 기상청은 남해 해수 온도가 예년보다 상승할 때 한반도에 30도 이상 더위가 기승을 부린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연구진은 1993년부터 2013년까지 21년간 폭염이 발생하기 1주일 전 남해와 동해 수온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 일본을 포함해 남해 온도가 이례적으로 높게 상승하는 경우 5~10일 뒤 한반도에 폭염이 발생하는 일이 많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바닷물 온도가 올라가면 고기압이 형성되는데 이 고기압이 뜨거운 남풍을 유발하고 맑은 날씨가 이어지면서 강한 햇빛에 폭염이 더욱 강해진다.
올여름 폭염이 발생하기 직전인 7월 초순에도 남해 바닷물 온도가 이례적으로 올라간 것으로 나타났다. 함 교수는 “연근해 수온과 기상 이변의 관계를 분석하면 극한 기상에 대한 예보 능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100년 태풍 최대 두 배로
2100년께 한반도를 찾는 태풍 횟수가 두 배로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서울대와 홍콩사립대, 부산대, 한국해양과학기술원, UC로스앤젤레스 연구진은 2100년 기후 온난화 영향으로 한반도와 일본을 향하는 열대저기압이 4개 늘 것이란 결과를 얻었다. 현재 매년 한반도에 영향을 미치는 태풍은 연평균 3.1개로 추산된다. 이 결과를 반영하면 한반도에 영향을 미치는 태풍은 두 배가 된다.
최근까지 연구를 살펴보면 지구온난화가 진행될수록 열대저기압 발생 횟수는 줄고 세기는 커질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실제로 북대서양에서는 지구온난화가 이뤄지면서 열대저기압 활동이 줄고 있다. 멕시코만에서 발생해 미국 남부와 지중해에 막대한 피해를 주는 허리케인 횟수도 줄고 있다. 태풍 발원지인 북서태평양에선 오히려 열대저기압 활동이 늘고 있다. 그만큼 북상하는 태풍도 늘어난다. 연구진은 태풍 길목에 있는 ‘웜풀’이란 따듯한 해역 온도가 온난화 영향으로 올라가면서 강한 대류 현상이 나타나 열대저기압이 발생할 좋은 조건이 형성되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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