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은행 주최 '동아시아·태평양 워크숍'
'사회정서적 역량' 강화 나선 선진국들
"공감·소통하는 능력은 융·복합의 기본 토양
기술·학문 벽 허물어 새 영역 개척하는 원동력"
베트남 교수 "빠르게 성장한 한국 벤치마킹"
[ 임기훈/이상엽/유하늘 기자 ]
《오리지널스》의 저자인 애덤 그랜트는 창조를 ‘지식의 연결’이란 개념으로 표현했다. 무(無)에서 유(有)를 만든다기보다는 기존에 있던 지식을 융합해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 것이 창조라는 말이다. 인공지능(AI) 등 4차 산업혁명의 원동력을 ‘융·복합’이라고 말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교육 현장에선 어떤 변화가 필요할까.
31일 서울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파르나스호텔에서 열린 ‘동아시아·태평양(EAP) 워크숍 2016’에선 ‘SES(Socioemotional Skills)’를 해법으로 제시했다. 사회정서적 역량으로 해석할 수 있는 ‘SES’는 지능지수(IQ)와 감성지수(EQ)를 결합한 능력을 말한다. 세계은행이 주최한 이번 워크숍은 1일 열리는 ‘글로벌 인재포럼 2016’ 사전행사로 마련됐다.
◆공감능력이 융·복합의 토대
SES 교육은 미국 등 선진국에서 최근 10여년간 가장 강조되는 교육 분야 중 하나다. 주제발표에 나선 마리아 라우라 산체스 푸에르타 세계은행 수석연구원은 “미국 일리노이주는 초·중등교육 단계에서 SES를 필수 교과목으로 정했다”며 “학생들은 수학, 언어 과목과 마찬가지로 SES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점수를 따야 졸업할 수 있다”고 말했다.
SES 교육 목표에 대해 푸에르타 연구원은 “자신의 감정을 정확히 파악하고 다른 사람의 생각과 감정에도 공감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코지 미야모토 세계은행 연구원은 좀 더 폭넓은 해석을 내놨다. “갈등을 해소하고 타인과 협상하는 법을 체득하게 하기 위한 교육”이라는 것이다. 취업 후 사회생활을 할 때도 SES 교육이 상당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얘기다.
선진국들이 SES 교육을 강조하는 이유는 융·복합을 위한 기본 토양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국내 인지로봇의 최고 권위자인 장병탁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건 학문 간 장벽을 허무는 것”이라며 “개별 학문 분야에선 글로벌 수준의 높은 성과를 내고 있지만 막상 전문가끼리 소통이 안 돼 융합연구가 이뤄지지 못하는 일이 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글로벌 교육계에선 ‘커뮤니케이션(소통)’ 분야가 각광받고 있기도 하다.
◆‘교육=지식전달’ 바꿔야
대학에서도 사회정서적 역량을 키우는 교육이 절실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강연에 나선 배상훈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성균관대가 운영 중인 SES 교육 방법인 팀 프로젝트 수업 ‘C-스쿨’을 소개했다.
배 교수는 서로 다른 전공, 학년, 성별로 구성된 팀원끼리 공동 과제를 해결하면서 학생들의 사회정서적 역량이 커지는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연구 결과 한국 대학생들은 자신의 전공에 관한 전문성을 측정하는 직업적 역량 수준에 비해 협력, 시민의식, 갈등해결 등의 사회정서적 역량은 상당히 부족한 것으로 분석됐다”고 설명했다.
12개 개발도상국 교육정책 담당자들은 이날 한국 교육시스템의 우수성을 지목하며 교육 분야 협력을 강화하고 싶다는 기대감을 보이기도 했다. 킨리 기엘츠센 부탄 교육부 인재개발 국장은 “한국의 경제성장과 그 기반이 된 인재 육성에 대한 경험이 신흥국에 큰 도움이 된다”며 “지속적으로 협력하고 싶다”고 말했다.
부이만훙 베트남 호찌민 교육대 교수는 “베트남의 경제성장 속도가 빨라지면서 인재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지만 아직 부족한 상황”이라며 “한국의 경험이 벤치마킹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프라딥타 키사 콕스바자 방글라데시 폴리테크닉대 교수도 “방글라데시는 불안정한 정치 상황으로 인해 미래에 대해 고민하는 젊은이들이 많다”며 “오늘 강연은 인재를 양성하는 해법을 찾는 데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임기훈/이상엽/유하늘 기자 shagg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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