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탄 바닥난 '구로다 바주카포'...일본은행, 2% 물가 달성 1년 미뤘다

입력 2016-11-01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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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 -0.1%로 동결


[ 도쿄=서정환 기자 ] 일본은행이 지난 9월 도입한 금융완화 정책을 유지하기로 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 2% 달성 시기를 2018년으로 또다시 1년 연기했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사진)가 ‘바주카포’(휴대용 대전차 무기를 쏘듯 돈을 마구 푼다는 뜻)를 접은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은행은 1일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열고 10년 만기 국채 금리를 0% 수준으로 유도하는 금융시장 조절 정책을 계속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시중은행이 일본은행에 맡기는 당좌예금 일부에 적용하는 금리도 연-0.1%를 유지했다. 구로다 총재는 지난달 21일 중의원 재무금융위원회에 출석해 “현시점에서 경제, 물가, 금융 정세가 크게 변하지 않았다”며 추가 양적완화 보류를 시사했다.

전문가들은 엔화가치 급등 등 시장상황 악화에 대비하기 위해 일본은행이 정책 여력을 둔 것으로 해석했다. 지난 3년여간 지속된 양적완화로 국채 추가 매입이 점점 힘들어지는 데다 금융권의 반발로 마이너스 금리 추가 인하도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이번주 엔화가치가 3개월 만에 최저인 달러당 105엔까지 떨어진 점도 다소 여유를 갖게 한 이유로 꼽혔다.

일본은행은 이날 내놓은 ‘경제·물가 정세 전망’에서 2% 물가목표 달성 시기를 ‘2017회계연도(2017년 4월~2018년 3월)’에서 ‘2018회계연도쯤’으로 조정했다. 구로다 총재가 물가 목표 달성 시기를 연기한 것은 이번이 다섯 번째다. 2018년 4월까지인 자신의 임기 중에는 물가 목표 달성이 힘들다는 것을 공식화한 셈이다.

올해와 내년 물가 전망도 줄줄이 하향 조정했다. 2016회계연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0.1%로 지난 7월 전망 때보다 0.2%포인트 낮췄다. 일본의 물가상승률이 마이너스가 되는 건 2012년 이후 4년 만이다. 2017년 1.5%, 2018년 1.7%로 각각 0.2%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올해(1.0%)와 내년(1.3%)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전망치는 7월 수치를 유지했다.

3분기 일본 경제는 세 분기 연속 성장세를 이어간 것으로 추정되지만 기업 실적은 크게 나빠졌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지난달 말까지 상반기(4~9월) 실적을 발표한 501개사의 순이익은 3조6274억엔(약 39조4000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25% 감소했다. 상반기 기준 4년 만의 감소세다.

도쿄=서정환 특파원 ceose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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