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정진 정치부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김병준 국민대 교수를 신임 총리로 내정했습니다.
정치의 아이러니일까요? 박 대통령이 내정한 김 내정자는 정확히 10년 전인 2006년 8월 2일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에서 13일만에 스스로 내려옵니다. 누구 때문에요? 당시 야당이던 한나라당 때문이었지요. 한나라당은 새누리당의 전신입니다.
당시 김 내정자는 박 대통령이 당시 대선 출마를 위해 한나라당 대표직에서 물러난 직후인 7월21일 노무현 정부 교육부총리에 취임했습니다. 하지만 취임 사흘만에 논문 표절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김 부총리가 국민대 교수 재직 시절 제자 신모씨의 논문을 표절했다는 의혹이 터진 겁니다. 김 내정자는 당시 “제자보다 논문을 먼저 썼는데 어떻게 나중에 쓴 논문을 표절할 수 있겠느냐”며 “오히려 제자가 자신의 논문을 원용했다”고 완강히 표절 의혹을 부인했습니다.
하지만 곧바로 추가 의혹이 불거졌습니다. 이번엔 두뇌한국(BK)21사업의 최종보고서를 중복으로 제출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겁니다. 여기에 연구비 중복 수령 논란도 김 내정자에게 큰 타격을 입혔습니다. BK사업 전에 학술진흥재단에서 연구비를 받아쓴 논문을 BK사업 실적으로 제출해 또 다른 ‘자기 표절’을 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당시 김 내정자는 자신을 둘러싼 각종 의혹에 대해 적극 해명했지만 한나라당은 ‘의혹이 제기된 것 만으로도 잘못’이라며 사퇴를 요구했지요. 심지어 한나라당은 김 부총리를 사기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는 등 강경 대응하기까지 했습니다.
이런 한나라당의 총공세에 못이겨 결국 김 내정자는 부총리 직을 스스로 내려놓습니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한나라당이 ‘부총리도 시켜선 안된다’며 결사 반대했던 인물이 바로 김 내정자입니다.
그런 그를 10년이 지난 지금 박근혜 대통령은 총리 후보로 올려놨습니다. 과거에 부총리감도 안된다며 머리에 핏대를 세워가며 반대했던 인물을 말입니다.
박 대통령의 이번 총리 임명은 야당의 반대명분을 희석시킬려는 의도가 있다는게 야당의 해석입니다.야당은 박 대통령의 개각이 민심을 무시한 막가파식 개각이라고 강하게 비판하고 있습니다. “인사청문회는 무슨 인사청문회냐, 절대 못한다”고 호기롭게 외치는 야당 의원들도 있습니다.
만일 혹시나 어렵게 인사청문회가 시작이라도 된다면 새누리당 의원들이 과연 이번엔 자신들이 “절대 안된다”고 막아섰던 김 내정자에게 10년 낙마사유들을 또다시 꺼내들지도 궁금합니다. (끝) / silv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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