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여성 초선의원의 설전을 묵과할 수 없는 이유

입력 2016-11-02 19:28  



(손성태 정치부 기자) 20대 국회에서 신(新) 앙숙지간이 탄생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새누리당의 비례대표 1번과 9번으로 국회에 입성한 초선 박경미 의원과 전희경 의원이다. 65년생인 박의원은 서울대 수학교육과를 나온 수학자출신이고, 75년생인 전 의원은 이대 행정학과를 졸업한후 자유경제원 사무총장등을 지냈다.

둘은 지난 1일 국정조사후 처음으로 소집된 교육문화체육위원회 상임위원회에서 정면 충돌했다. 국정감사기간에도 둘은 ‘최순실게이트’의혹및 증인채택 문제를 놓고 치열하게 맞붙었다.

박 의원이 포문을 열었다. 박 의원은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지난 국감에서 야당의 의혹제기에 정치공세라며 국정조사를 무력화시킨 의원이 한명 있다"고 운을 뗐다. 이어 ”정유라 부정입학 의혹을 풀기 위해 이화여대를 현장방문한 야당 의원들에게 ‘헌정질서 문란' ’법치실종'이라고 비난했던 의원은 정식으로 사과를 해주기 바란다"고 요청했다. 전 의원을 겨냥한 것이다. 전 의원은 국정조사기간 야당이 이대를 현장방문해 최경희 총장등 관계자들과 현장간담회를 가진 것에 대해 맹공을 퍼부었다.

박 의원은 당시 원내대책회의에서 한 전 의원의 발언을 상기시켰다. “야당이 픽ㅈ?제기하면 민간이든 학교든 기업이든 다 찾아들어가 조사란 이름으로 압박과 겁박을 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야당이 국민들 위에 군림하는 것을 서슴치 않은 것이다.이런 것이 헌정질서의 문란이고 법치의 실종이다. 야당의 즉각적인 사과를 요구한다"는 발언이다.

박 의원은 전 의원이 침묵을 지키자 “제가 해당 의원의 이름을 밝혀야 하겠습니까. 사과하세요"라고 독촉했다. 유성엽 교문위 상임위원장이 “관련 의원님은 사과를 하시겠습니까"라고 중재에 나섰다.

전 의원이 반격에 나섰다. 국회 입성전 역사교과서가 좌경화됐다면 ‘국정교과서 전도사’를 자처했던 전 의원은 수 많은 토론과 간담회를 통해 단련시켜온 ‘말빨’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전 의원은 “작금의 사태에 대해 국회의원 한사람으로서 참담한 심정을 금할 길이 없다”고 짤막한 심경을 토로했다. 곧바로 “분명히 해야 할 것은 어떤 것의 진상규명을 하고 어떤 것의 본질을 천착해 들어갈때는 정해진 절차와 규정이란 것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했다. 전 의원은 “저는 진상규명을 방해하거나 진상규명 그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국회가 조사하거나 현장질의를 할때도 법과 규칙으로 정한 절차를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이 것이 사안의 본질이고 제 발언의 진위다"고 말했다.

맞은편 야당의원들이 고함을 질렀지만 전 의원은 한치 흔들림없이 이 같은 논지를 피력했다.

박 의원은 다시 의사진행 발언을 신청해 “여전한 당당함에 정말 놀랍다. 더 이상 할말을 찾지 못하겠다. 그 후안무치와 당당함에 대해서는 더 이상 발언하지 않渼?quot;고 말했다.

이에 전 의원은 “이대 방문에 앞서 무슨 협의를 했나. 진상규명과 절차를 따르는 것은 다른 문제다. 동료 의원의 과거 발언 일부분을 떼와서 극언을 서슴치 않은 것이야말로 모욕적 언사다.당장 사과하라"고 응수했다.

두 초선의원의 이날 설전은 승자도 패자도 없이 끝났다. 어느쪽도 사과를 하지 않았다.

같은 사안을 놓고도 여야는 입장차이란 것이 있다. 그래서 과거 정치적 발언을 놓고 건건이 사후검증대에 올려 책임을 묻는 것은 정치도의상 금기사항으로 통한다. 이 사안도 그런 문제일까.

국감을 앞두고 문교부 상임위에는 전운이 감돌았다. ‘최순실게이트’관련, 권력형비리의 온상으로 드러난 미르재단 K스포츠 설립의혹과 정유라의 이대 특혜입학 등이 모두 교문위 소관이었기 때문이다. 야당은 국감증인으로 17명의 민간인 증인을 신청했다. 야당주도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안 처리의 후유증으로 국감은 초기부터 파행했다.

교문위 국감도 새누리당의 보이콧으로 1주일간 야당 단독으로 열렸다. 국감에선 이화여대가 정유라의 제적위기를 막기 위해 학칙을 변경, 소급적용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교문위는 즉각 최경희 이대총장을 증인명단에 올렸지만, 새누리당은 회의장 밖에서 안건조정절차를 서류로 신청함으로써 간단히 무산시켰다. (안건조정절차는 다수당의 횡포를 막기 위한 ‘국회선진화법’의 한 조항으로 소수당이 신청만 하면 90일간 조정기간을 거치도록 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이 조항을 통해 야당이 신청한 교문위 증인 17명을 모두 ‘없던일’로 만들었다)

교문위가 차선책으로 이화여대를 현장疫? 최 총장 등 대학관계자들과 간담회를 가졌던 배경이다.

국회의 현장 조사가 적법한 절차를 거쳤느냐는 논란거리다. 전 의원은 “현장조사에 앞서 상임위 의결을 거쳤느냐"고 따졌다. 이에 대해 유성엽 상임위원장은 “증인채택이 무산된 가운데 이대를 방문해 비공식 간담회라도 한 것은 국회 상임위의 권리이자 의무"라며 “위원장 직권으로 결정할 수 있다"고 절차적 정당성을 강조했다. 박 의원은 절차적 하자를 주장하는 전 의원을 향해 “그러면 그 때 국감에 들어오시지 그랬어요"라고 되물었다.

박 의원과 전 의원은 국회 입성후 당 대변인과 원내부대표 등 중책을 맡아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교문위는 ‘최순실게이트’의 별도 청문회 개최와 조만간 선보일 국정교과서 심사 등으로 여야간 충돌지점이 널려 있다. 앙숙지간이 된 박 의원과 전 의원의 싸움은 이제 막 시작된 것이다.(끝) /mrhan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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