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무 産地와 가까운 동남아
후발주자에 밀려 거래량 75% ↓
복잡한 절차 등 규제도 한몫
거래량 감소로 가격 변동성 커져
[ 홍윤정 기자 ] 한때 세계 최대 고무 거래시장이던 65년 역사의 도쿄 상품거래소가 선두 지위를 중국, 싱가포르 등 경쟁자에게 넘겨주고 있다. 중국 타이어 제조업체가 성장하면서 상하이 상품거래소가 주요 고무시장으로 급부상한 데다 소액 투자자 보호를 위한 복잡한 규제가 발목을 잡았기 때문이다. 거래되는 고무 품질이 일정하지 않은 것도 거래량 감소 원인으로 지적된다.
○중국·동남아 등 대체시장 급성장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10년간 도쿄 상품거래소에서 거래되는 고무 선물 거래량이 약 75% 줄었고, 올해에만 약 11% 감소했다고 2일 보도했다. 주요 고무 생산자와 소비자가 도쿄 상품거래소를 떠나 다른 시장으로 거래처를 바꾸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는 사이 중국 타이어 업체들이 가격경쟁력을 앞세우며 떠올랐고, 상하이 선물거래소가 고 ?거래의 주요 시장으로 성장하기 시작했다고 WSJ는 전했다. 10년 전 상하이 선물거래소의 고무 거래량은 이미 일본을 넘어섰고, 지난 10년간 상하이 선물거래소의 고무 선물 거래량은 다섯 배 가까이 늘었다. 반면 일본 경제가 침체하면서 일본 타이어 제조회사 생산량은 침체 이전의 5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타이어 업체 추락과 함께 도쿄 거래소의 고무 거래량도 급감했다.
새로운 경쟁자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태국농산물선물시장(AFET)은 이미 고무 선물 거래를 시작했고, 말레이시아 파생상품 거래소(BMD)도 선물 시장 개설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WSJ에 따르면 세계 고무 생산의 70%를 차지하는 말레이시아, 태국,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3개국은 이제 먼 거리에 있는 도쿄 상품거래소를 거의 이용하지 않는다. 대신 이들 국가로 구성된 국제삼자고무협회(ITRC)는 올해 6월 자체 고무 선물시장을 개설했다. 이윰 타바로릿 ITRC 사무국 최고경영자(CEO)는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공정하고 안정된 가격을 원한다”고 시장을 여는 이유를 밝혔다.
○품질 떨어지고 규제도 발목
도쿄 상품거래소는 최대 상품거래소의 지위는 놓쳤지만 여전히 고무 거래 기준인 벤치마크 가격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프랑스 타이어 업체 미쉐린 등 주요 고무 수요자는 도쿄 상품거래소가 제시하는 벤치마크 가격에 신뢰를 거두고 있다. 벤치마크 가격의 신뢰성에 영향을 미치는 벤치마크 고무 거래량이 2011년 이후 56% 하락했기 때문이다. 애널리스트들은 도쿄 상품거래소가 생산자와 소비자에게 일정한 수익을 보장해주고, 벤치마크 가격을 제시하는 선물시장의 기본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도쿄 상품거래소의 고무 가격은 매주 평균 5% 이상의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싱가포르 원자재 거래 업체 RCMA그룹의 크리스 파르디 CEO는 “도쿄 상품거래소에서 형성되는 가격은 실제 거래되는 가격과 일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WSJ는 도쿄 상품거래소의 고무 거래가 줄어든 요인 중 하나로 복잡한 규제를 꼽았다. 일본 정부는 10년 전부터 소액 투자자가 중개업자로부터 피해보는 것을 막기 위해 각종 규제를 도입해왔다. 이에 따라 도쿄 상품거래소는 고무 가격 제한폭을 조정하고 ‘거래임시증거금’ 규정을 바꾸면서 규제를 강화했다. 그 결과 투자자들은 복잡한 규정을 피해 해외시장으로 떠나갔다.
거래되는 고무 품질이 일정하지 않은 점도 도쿄 상품거래소의 실패 원인으로 지적된다. 싱가포르 거래소의 지난해 3월 기준 고무 선물 거래량은 전년 동기 대비 14% 증가했다. 싱가포르에서는 천연고무를 블록 형태로 만든 TSR이라는 표준 규격을 사용해 크기와 품질이 일정하다. 그러나 도쿄에서 거래되는 고무판이 외관 검사만 시행하고 있어 품질이 고르지 않다고 WSJ는 지적했다.
홍윤정 기자 yj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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