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죽을 것 같은 공포감…6개월 이상 지속 땐 공황장애

입력 2016-11-05 04:44  

이지현 기자의 생생헬스 - 연예인들이 많이 겪는 공황장애 치료법

단순 불안증상 vs 공황장애
특별한 위협상황 아닌데도 극단적 불안 느끼면 공황발작
10분내 정점…20~30분 후 진정

성인 30% 평생 1회 이상 경험
공황발작 3~4회 이상 반복되고 신체 질환이 원인 아닐 때 진단
스트레스 많은 30~50대 여성 많아

적절한 치료 받으면 완치 가능…평소 스트레스 해소가 예방책



[ 이지현 기자 ] 개그맨 이경규와 김구라, 배우 이병헌은 모두 공황장애를 앓고 있다고 고백한 연예인이다. 최근 검찰 수사를 받은 최순실 씨의 변호인이 최씨가 공황장애를 앓고 있다고 밝히면서 해당 질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일부 전문가는 최씨가 수사당국의 조사를 피하기 위해 공황장애라는 정신건강 문제를 꺼내 들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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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황장애 환자는 반복되는 공황 발작 때문에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비행기 타는 것조차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다. 공황 발작 증상이 심장질환 등의 증상과 구분하기 어려워 응급실을 자주 찾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단순한 불안 증상과 공황장애는 구분해야 한다고 말한다. 공황장애의 증상과 원인, 스트레스 해소법 등을 알아봤다.

죽을 것 같은 두려움

40세 직장인 박소현 씨는 한 달 전 무서운 경험을 했다. 차를 몰고 출장을 가던 중 갑자기 심장이 뛰면서 숨이 막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운전하기 어려울 정도로 손발이 저리면서 온몸에 힘이 쭉 빠졌다. 이대로 있다가는 죽을 것 같다는 공포감 때문에 차를 갓길에 세우고 119에 연락해 응급실을 찾았다. 박씨는 이후 운전대를 잡는 것조차 두려워졌다.

공황장애 환자에게 흔히 나타나는 공황 발작 증상의 한 예다. 몇 년 전부터 유명 연예인이 불안장애 증상을 고백하면서 공황장애라는 질환이 대중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공황장애는 특별한 이유 없이 예기치 않은 상황에서 극단적인 불안 증상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질환을 말한다. 공황은 생명에 위협을 느낄 정도의 상황에서 오는 갑작스러운 공포감이다.

공황장애 환자는 특별히 위협을 느낄 만한 상황이 아닌데도 신체의 경보 체계가 잘못 작동해 위협적인 상황에 처했을 때와 같은 반응이 나타난다. 이를 공황 발작이라고 한다.

밤에 혼자 외진 길을 가다가 칼을 든 강도를 봤다고 상상해보자. 머리카락이 쭈뼛쭈뼛 서거나 눈동자가 커지고 입이 벌어지며 심장이 급격하게 두근거리고 숨이 턱턱 막히며 손발 등 온몸이 떨리는 반응을 보일 것이다. ‘곧 죽을 수 있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공황장애 환자는 실제 강도가 나타난 상황이 아닌데도 이 같은 증상을 戀完磯?

공황 발작 증상은 10분 안에 정점에 이르고 20~30분 정도 지속되다가 저절로 사라진다. 증상을 경험한 사람은 죽음이 임박한 것 같은 극심한 불안과 함께 두통, 어지럼, 가슴 두근거림, 메슥거림, 호흡곤란 등을 호소한다.

공황 발작 여러 번 이어지면 공황장애

일생에 공황 발작을 경험하는 사람은 많다. 해외 한 연구에 따르면 전체 성인의 30% 정도는 평생 한 차례 이상 공황 발작을 경험한다고 한다. 한 번 공황 발작을 경험했다고 해서 공황장애로 진단하지는 않는다.

공황장애는 관련 증상이 6개월 이상 지속되거나 공황 발작이 3~4번 이상 반복됐을 때 진단한다. 공황장애 환자는 또 다른 발작이 올까 봐 계속 염려해 두려움을 갖는 일이 많다. 발작 증상이 스트레스 심근경색 협심증 갑상샘질환 간질 저혈당증 빈맥 등 신체질환에 의한 것이 아닐 때 공황장애로 진단한다. 공황장애 발작 증상은 신체질환이나 정신분열증 적응장애 등이 있을 때 생기는 발작과 비슷하다. 의료진의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

공황장애는 성별과 연령에 상관없이 누구나 겪을 수 있지만 남성보다는 여성 환자가 많은 것으로 보고된다. 질환이 생기는 이유는 신경 전달물질 시스템 이상과 같은 신경생물학적 원인, 부모 상실이나 분리 불안 등 개인이 받아들이기 힘든 상황을 경험했거나 심각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는 등의 충격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고 알려졌다. 일이나 결혼, 남편, 자식 문제 등으로 스트레스가 많은 30~50대 중장년층 여성 환자가 많다.

김수인 이대목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상당수 공황장애 환자는 자신이 廢꼭孃伶遮?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심장이나 다른 신체에 문제가 생긴 것으로 오해하는 일이 많다”며 “평소와 달리 불안 증세와 함께 호흡곤란 등의 증상을 느낀다면 공황 발작을 의심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공황장애도 완치 가능한 질환

공황장애가 있어도 마음이 약하거나 겁이 많아 생기는 것으로 오해해 치료를 꺼리는 사람이 많다. 정신질환 약은 한 번 먹으면 끊을 수 없다는 편견도 공황장애 치료를 방해하는 요인이다. 공황장애는 조기 진단과 치료가 반드시 필요한 질환이다. 적절한 시기에 치료받으면 완치할 수 있지만 방치하면 증상이 더욱 심해진다. 처음에는 공황 발작이 간간이 일어나 생활에 큰 어려움이 없지만 반복되면 공황 발작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장소나 상황을 피하고 이후에는 광범위한 공포증을 갖게 된다. 우울증에 빠지거나 자살을 선택하는 환자도 있다.

공황장애 환자 치료를 위해서는 약물 치료와 왜곡된 생각을 교정하고 상황이나 장소를 회피하려는 행동을 바로잡아 불안이나 공포감을 감소시키는 인지행동치료를 한다. 약물 치료는 항우울제 일종인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를 주로 사용한다.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는 치료 효과가 좋고 안전하지만 공황 발작을 치료하는 데 2~3주 이상의 시간이 걸려 치료 초기에는 벤조디아제핀 같은 항불안제 약물을 병용해 쓴다.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는 중독되지 않고 약을 먹어도 뇌에 손상을 주지 않는다. 증상을 가라앉히는 것은 물론 질환 완치와 재발을 막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따라서 증상이 가라앉더라도 12~18개월 정도 꾸준히 복용해야 한다. 증상이 줄었다고 약물 치료를 중단하면 공황 발작이 다시 생길 가능성이 높다. 김 교수는 “국내 정서상 정신건강의학과 방문을 꺼리는 환자가 많은데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공황장애를 앓고 있다”며 “혼자 두려워하기보다는 증상이 나타나는 즉시 전문의를 찾아 상담받는 것이 하루 빨리 이전의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가는 지름길”이라고 조언했다.

공황장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평소 스트레스 관리법을 터득해 실천해야 한다. 스트레스의 원인을 찾고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 몰입하면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된다. 스트레스를 혼자 해결하는 것이 어렵다면 주변에 도움을 청하는 것도 현명한 방법이다. 다른 사람에게 얘기하기 어렵다면 현재 상황을 글로 적어 보거나 녹음해 보는 것도 좋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도움말=김수인 이대목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대한의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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