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성태 정치부 기자) 인터넷상에서 ‘쉴드(shield)치다'란 표현이 있다. 쉴드는 영어로 방패,보호물, 방어물을 뜻한다. 스타 연예인의 잘잘못을 떠나 무조건적으로 옹하하고 보호하는 ‘사생팬’을 비꼴때 쓰는 말이다. 최근 ‘최순실게이트’가 터져나오면서 과거 야당의 의혹제기에 앞장서 ‘쉴드’를 쳤던 여당 의원들에 난처한 처지에 빠졌다. 여당 의원들은 대통령이나 청와대 정부정책을 대변하고 옹호하는 스탠스를 유지할 수 밖에 없다. 당내 주류가 아닌 의원이나 초선은 방패막이 역할을 얼마나 잘하느냐에 따라 당내 존재감도 높이기도 하고, 대통령이나 청와대의 ‘눈도장’을 받기고 한다. ‘최순실게이트’에 대한 파상적 의혹제기를 순수한 정무적판단에 따라 ‘쉴드'를 쳤었다면 도의적 책임이라면 모를까 정치적으론 ‘면책’대상에 속한다는게 정치권의 해석이다.
하지만, 최순실 등 비선실세 등의 요청이나 지시를 받고 사건의 조직적 은폐를 시도했다면 사정은 다르다. 야당은 ‘최순실게이트’의 은폐 의혹 부역자로 지목됐던 새누리당 친박(친박근혜)의원들에 화살을 돌리고 있다. 친박실세 의원중 재선의 김진태의 과거 행적과 발언이 집중 타깃 ?되고 있다.
김 의원은 지난 8월 ”조선일보 송희영 주필이 2011년 대우조선해양으로부터 1억원 상당의 향응을 받았다"고 폭로 기자회견을 했다. 김 의원은 조선일보측 해명이 나오자 마자 전세기를 동원한 초호화 유럽출장 등 일반 국민의 정서에서 용납할 수 없는 각종 향흥 내역을 추가로 폭로했다. 출장중 골프접대를 비롯해 송 주필이 대우조선측으로 제공받은 1등석 항공기, 송주필 부인이 선박명명식에 이례적으로 참석한 것 등을 지적하면서 개인적 일탈차원을 넘어 부실기업과 언론사의 유착관계로 사안을 몰고 갔다. 김 의원은 검찰수사를 촉구했다. 사표를 낸 송 주필은 검찰수사를 받고 있다. 김 의원의 느닷없는 폭로 기자회견은 폭로배경과 시점, 자료출처 등이 입도마에 올랐다. 한 언론인의 과거 일탈이 왜 이 시점에 재조명됐는지, 왜 조선일보 주필인지, 김 의원에게 5년전 송주필 등의 호화출장 스케줄과 향응 등 ‘디테일’한 정보를 제공한 곳은 누구인지 등이다.
우연의 일치인지 조선일보는 김 의원의 폭로에 앞서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비리의혹을 최초로 제기한 곳이다. JTBC가 최순실 소유 테블릿PC를 입수한 것이 ‘최순실 게이트'의 도화선이 됐지만, 미르재단과 K스포츠 의혹을 최초 제기한 곳도 조선일보 계열의 TV조선이었다.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김 의원의 폭로는 우수석 의혹등을 물타기하고 언론을 길들일려는 고도의 기획성 폭로“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이에 대해 “송주필과 우수석 비리는 전혀 별개의 문제"라고 부인했다. 김 의원은 “자료출처는 밝힐 수 없다"며 ”개인적으로 입수했고, 사정기관 등으로부터 받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김 의원의 폭로 기자회견 후 우 수석의 개인비리를 집중적으로 파고들었던 조선일보의 기사는 줄거나 ‘강도(톤)'가 크게 바뀌었다. TV조선에서는 미르재단 K스포츠 설립의혹 기사가 아예 자취를 감췄다.
20대 선거법 위반으로 고발조치된 김 의원이 검찰기소를 피한 것도 모종의 ‘딜’이 있었을 것이란 의혹이 제기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김 의원이 4·13 총선을 앞둔 지난 3월 12일 지역 유권자 등 9만여 명에게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공약 이행평가 71.4%로 강원도 3위’라는 단체 문자를 보낸 것을 선거법 위반으로 판단, 검찰에 고발했다. 메니페스토는 그 전날 ‘김 의원의 공약 이행률이 4%대’라는 자료를 발표했다.
검찰은 선거법 공소시한 마감일인 지난 10월 31일 ”혐의없다"며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반면 김 의원에 비하면 허위사실 공표 혐의가 경미한 박영선 더민주 의원는 검찰의 칼날을 피하지 못했다. 박 의원이 선거에 앞서 지역구 유세차에서 유권자 50명을 앞에 두고 “국회의원 재직 당시 구로 지역 모든 학교의 반 학생 수를 25명으로 줄였다”고 발언한 것이 문제가 됐다. 유권자 50명대 9만여명, 당사자의 허위사실 인지및 고의성 여부, 유세장의 ‘말’과 문자메시란 증거의 개관성, 고발당사자가 선관위와 상대후보측이었다는 점에서 검찰의 차별적 기소는 ‘미스터리’에 가깝다는게 야권의 평가다.
율사출신의 야당 의원은 “조선일보 주필의 과거 일탈자료 수집과 폭로, 포상성 불기소 처분까지 김 의원 뒤에 어른 거리는 우 수석을 배제하고서 ?이 모든 것을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안민석 더민주 의원은 지난 1일 교육문화체육관광부 상임위원회가 열리자 마자 2년전 최순실의 딸인 정유라의 승마특혜의혹을 감쌌던 새누리당 7명 의원의 명단을 공개했다. 박인숙, 염동열 의원과 이에리사,강은희,김장실,박윤옥,김희정 전 의원 등이다. 안 의원은 “2년전 교문위 전체회의에서 정유라씨 의혹에 대해 여당 의원들이 7명이나 발언하며 저를 공격했다"며 “누구 지시를 받고 했는지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안 의원은 2014년 4월8일 대정부질문에서 “청와대의 지시로 국가대표가 되기에 부족한 정씨가 승마 국가대표가 됐다는 제보가 있다”고 발언했다. 안 의원은 같은해 4월 11일 교문위 상임위에서 “정씨의 특혜의혹을 본 위원이 제기한지 하루만에 승마협회장을 비롯한 5명의 이사들이 사퇴했다. 압력이 작용하지 않았나”, “정씨는 마사회 선수만 이용할 수 있는 마장에서 훈련하고 있다”고도 했다.
당시 국회속기록에 따르면 이에리사 새누리당 전 의원은 ”이 선수의 경기실적을 들여다봤더니 유망하고 전적이 뛰어나다. 이 선수의 장래를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라고 반박했다. 여성가족부 장관을 지낸 김희정 전 의원은 “단순하게 이 선수의 부모님이 누구이고 윗대 어른이 누구라는 이유로 이렇게 훌륭한 선수에 대해서 음해를 하는 것은 문체부가 두고 보고 있으면 안 될 일”이라고 거들었다. 당시 의원이었던 강은희 여성가족부 장관은 “정씨에 대한 사실들은 허위사실이라는 것이 어느정도 밝혀졌다고 보는데, 장관은 어떻게 생각하나”라고 물었고, 유진룡 전 문체부 장관은 “지나치게 과장돼 있고 허위가 많이 있다”고 답했다. 두 여성의원은 앞서거니 뒷서거니 여성부장관으로 영전했다. 현재 교문위 여당간사를 맡고 있는 염동렬 의원은 “이 어린 선수가 상처받은 것에 대해서는 (안 의원이) 꼭 사과해야 한다. 대통령 측근이라는 부분도 사과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시 상황에 대해 안 의원은 “당시 여당 의원들은 같은 자료를 갖고서 발언을 나눠서 한 것으로 보인다. 대체 누가 자료를 만들었겠나. 누가 조직적 발언을 요청한 것인지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끝) /mrhan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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